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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날씨 : 해와 바람과 비와 개

너는 어제 달리지 않은 게로군!

by Emile

해가 뜨긴 떴는데 해 모양만 걸어 놓고 어디 놀러 갔나 봅니다. 어젯밤에 술이라도 마신 걸까요?

그렇게 사나웠던 바람도 잠잠하네요. 해와 같이 술자리에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 틈을 타 예보에도 없던 비가 오후에 한두 방울 떨어진다 싶더니 이마저도 싱겁게 끝나버리네요.

오냐 셋이서 달린 것이군!


만사가 귀찮은 날이 있지요. 해도 바람도 비도 그랬나 봅니다. 그런 날도 있어야지요. 항상 햇살을 빛나고 바람은 세차고 비는 쏟아낼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내일은 내일의 해가 다시 뜨고 모레는 모레의 바람이 숨을 깊이 참았다 차갑게 훅 불어 줄 거예요.

비는 매일같이 구름을 모으고 있다 하니 너무 재촉하진 말라합니다.


그런데 개들은 오늘도 열심히 산책을 하더군요. 개 주인은 그런 개를 산책시키기에 바쁘지요.

뭐가 그리 궁금한지 어제도 맡았을 풀들의 냄새를 킁킁거리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바꿔가며 주인에게 방심할 틈을 주지 않거든요.

너는 어제 해와 바람과 비와 달리지 않은 게로군!


"그래 개도 산책을 시키는데 나도 나를 산책시켜야지" 귀찮아하지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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