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뽀송뽀송 해 질 것이다
다행이지 뭐예요.
비 내리는 날과 맑은 날이 바뀌었다면 어땠을까요? 매일 같이 비가 오고 어쩌다 하루만 맑았더라면 말이에요.
저 같은 맑음 어른들에게는 쉽지 않은 날들이었겠죠. 마치 물먹은 종이 마냥 축축해지다 못해 너덜너덜 해졌을 거예요. 거기에 글을 쓰면 펜이 번져가지고 글씨를 알아볼 수 없었겠지요. 화장하고 엎드려서 운 것과 같은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어쩌다 비가 내려 주니 얼마나 다행인지 뭐예요.
작년이었던가요, 비가 한 달 반이 넘게 계속 내리던 여름이었지요. 그날들을 '수국의 나날들'이라고 썼던 기억이 납니다. 비가 내리던 날이 더 많아지는 일이 현실이 된 나날들이었지요. 우기가 계속되는 곳을 떠나 건기인 지역을 찾아 떠나려 했었지요.
오늘도 다행히 비가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네요. 오후 늦게라도 이 비가 그치기만 하면 밖으로 나가려구 대기중이지요.
'비가 그친다는 말'은 참 좋습니다. 비가 계속되지 않고 언젠가는 그친다는 것이지요.
그 그칠 때까지의 기다림을 좋아합니다.
비는 내리지만 비는 그친다.
젖은 마음도 마를 것이다.
어려움도 그친다.
파란 하늘이 얼굴을 내밀 것이다.
해는 더욱 눈부시게 빛날 것이다.
다시 뽀송뽀송 해 질 것이다.
그래요 아무래도 이런 날은 뽀송뽀송한 게 그리워지기 마련이지요.
'비가 그친다는 말'은 뽀송뽀송 해진다는 말입니다. 그런 게 뭐가 있을까요?
뽀송뽀송한 빵, 뽀송뽀송한 커피? 그런 게 어딨냐구요? 커피랑 빵이랑 먹으면 정말 빵이 뽀송뽀송한 맛이 난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