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날씨 : 색깔이 부족한 계절
이번 겨울엔 와인빛 글을 쓰고 싶습니다만
가장 온도가 높이 올라갔을 즈음, 점심을 먹고, 졸음이 몰려올 즈음 딱 출발을 합니다.
일요일 오후의 산책이지요. 겨울이 다가온다고 해도 짧아졌습니다. 밤에 여우가 나올 것은 아니지만 해가 지기 전에는 돌아와야 합니다. 검은밤찬바람은 아홉은 아니더라도 꼬리 셋 달린 여우보다 무섭거든요. 아니 무섭기보다는 싫은 건가 봅니다. 다만 겨울에만 그렇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날이 따사롭네요. 여우가 제 이야기를 엿들었나 봅니다. 여우에 홀려 제법 멀리까지 걸어버렸습니다. 낯선 길도 가고요. 돌아오려 하니 한참이 걸릴 듯싶습니다. 해가 지기 전에 오려고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이러다간 검은밤찬바람 꼬리 셋 여우를 만나겠어요!
날은 따사한데 하늘도 오늘따라 무채색이고, 나무들은 바싹 말라가서 검갈색이고, 낙엽도 부스러지고 바래서 흙색이 되어갑니다. 두리번거려보지만 여기저기 색깔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지요. 그러고 보면 사람들도 마찬가지네요. 검은색 아니면 회색이지요. 요즘은 베네통 빛 패션을 입지 않지요. 회색 도시에 잘 적응한 회색 인간인 것 같습니다. 보호색 같은 거예요.
색깔이 부족한 계절이지요. 여름에는 괜찮은데 색깔이 부족해지면 좀 우울감이 들지요. 그러고 보면 색깔은 비타민이지요. 돌아가서 없었던 색깔 대신 비타민을 먹어야겠어요.
'겨울에는 일부러라도 색깔을 내어 글을 써야 해'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글에도 색깔이 있을까요?
어제 읽다 만 색으로 표현한 애니어그램에 따르면 성격이 얼핏 보라색이던데요.
그래요 글에 좀 더 색깔을 입혀 보아야겠습니다. 이번 겨울에는 와인빛 색깔의 글을 쓰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