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시그니처 메뉴
브런치에서는 새로운 메뉴를 자꾸 내놓습니다. 음식점이면 응당 그래야지요. 아직은 돈이 될만한 시그니처 메뉴가 없어서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옆 가게와 비슷한 메뉴를 본떠와 이름만 살짝 바꿔서 테스트를 해 보는 것 같지요.
'크리에이터'가 그랬고 '응원하기'가 있었고 이번에는 '멤버십'인가 보군요. 나하고는 별로 상관이 없는 그들만의 리그 같아서 이제 관심도 가지 않지만 우연히 어떤 글을 읽으려고 하니 멤버십 딱지가 붙어 있어서 몇 줄 밖에 읽을 수가 없더군요. 오호라 주문하려면 멤버십 카드가 있어야 한답니다.
그런데 이 메뉴 "멤버십 작가들의 글을 못 읽게 함으로써 오히려 조회수를 떨어뜨리는 역효과가 생기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들더라구요. 왜냐하면 멤버십을 가입할 정도로 꼭 읽고 싶은 글이거나 작가는 아니었기 때문이었지요.
글쎄요. 신메뉴가 이번에도 신선하지는 않아요. 전에 내놓은 메뉴도 이미 다른 음식점에서 쓰고 있던 요리의 차용에 불과했지요. "브런치스토리팀의 기획 역량, 창의성, 참신함, 좀 분발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카카오가 요즘 옛날 같지 않은 것도 관련이 있을까요?
멤버십은 성공하길 바라지만 여전히 수익화의 메뉴로는 한참 진부한 면이 있는 것 같지요. 시그니처 메뉴라고 하기에는 요즘 너무 흔한 방법이기에 멤버십을 덤핑으로 뿌리다가 작가들을 오히려 쉽게 소비시키고 마는 도구로 이용되는 부작용도 우려되고요. 작가에게 글과 수익화는 양날의 검과 같은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더군다나 브런치의 전략적 방향은 브런치 월드에서도 양극화를 지양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이 사실입니다. 브런치에서 밀고 있는 작품도 언론과 여론과 쇼핑 사이트가 그렇듯, 맨 위에 위치하게 해서 언제나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작가의 이미지 메이킹이 가능하고 불가피하다는, 조성, 조작, 몰이의 힘이지요. 때로는 이 사이트가 작가를 원하는 것인지 원하는 것을 물어오는 기자를 원하는 것인지 정체성이 모호하다고 느껴지지요.
그러나 브런치에 말을 지지리도 듣지 않고, 길들여지지 않는 모작가는 멤버십이고 뭐고 자유이용권으로 여전히 내 마음대로 글을 쓸 생각이랍니다. '크리에이터', '응원받기', '멤버십'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결국 늘 꾸준히 쓰는 작가만이 결국 존재하게 될테니까요. 어떤 누구도 들러리를 세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내 글의 주인공은 결국 나일 수밖에 없는 내가 멤버십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저러나 늘 쓰던 글 말고 다른 장르의 연재 시그니처 신메뉴를 한번 개발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