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하는'이란 긍정적이지 못한 단어로 첫 문장을 시작하는 게 싫었지만 썰렁하게 낮게 깔린 듯한 기온에다 어두컴컴 흐리기까지 한 날은 살을 아무리 부벼도 도무지 체온이 오를 것 같지 않은 날이어서 싫었다.
정작 녹여야 하는 것은 몸뚱이가 아니라 마음덩이라고 생각하면서 뜨거운 커피를 욕조 가득히 받고 찻잔이 넘치도록 뛰어들어 쉴 틈 없이 따뜻한 차를 머리부터 발 끝까지 끼얹어주어야 했다.
하지만 욕조에 가득 담긴 커피도 둥둥 떠다니던 커다란 빵조각도 조금씩 침식되어 기억의 퇴적층으로 가라앉아 식어갈 즈음에는 마치 엄마젖을 떼놓은 아기처럼 울음을 터뜨릴 듯 뒤척이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책장을 한문장 한문장 조심스럽게 찢어 불쏘시게를 삼아 불을 지피시 시작했고 어떤 글들은 아주 잘 말라 타닥 소리를 내며 흡족하고 훈훈하게 타 올랐으며 어떤 글은 설익은 느낌에 글에서 자욱한 안개가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