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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날씨 : 올해 김장은 책 세 포기다

김장김치가 생각나는 날

by Emile

벌써 추워진 걸까요? 오늘은 바람이 예사롭지가 않네요. 모자로 얼굴을 감싼 사람들이 바람을 등지고 서 있으니까요. 이때쯤이면 겨울을 준비해야 할 때이지요. 차가움이 들어올 만한 곳은 막고, 따뜻함이 느껴질 것들을 챙기지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겨울준비는 김장이었지요. 요즘은 부자만 직접 김장을 한다고 하더군요. 김장김치 부자가 부러워집니다. 엄마가 김장을 했을 때는 저도 남부럽지 않은 김장김치 부자였는데 말이지요.


그런데 김장도 하지 않았는데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연말까지 읽을 책을 세권 준비했기 때문이지요.

날도 추워지고 코로나도 늘고 있지만 어디에 갇혀 있다 해도 책 세 권이면 지금으로부터 연말을 나기에 충분할 거예요. 새해가 되기 전까지 딱 맞게 읽을 양이지요. 이 책은 그러므로 김장 김치 같은 것이지요.


책 한 권마다 김치 한 포기 같네요. 올해 김장은 책 세 포기가 되겠습니다. 원래 많이 하진 않았어요.

날이 추워져도 이제 걱정이 없지요. 밤이고 낮이고 꺼내서 쭉쭉 찢어서 책을 읽어야겠습니다. 고구마를 먹으며 읽으면 더욱 맛있겠지요. 김장은 못하니 책이라도 담아 먹어야지요. 어찌 책이 엄마의 김장김치와 비교가 되겠습니까만은, 김장김치가 그리워지는 계절에는 대신 책을 읽지요. 잘 익은 책이어서 김장김치 맛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밥하는 소리 국 끓이는 소리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저녁이네요. 김장김치는 없습니다만 김치를 먹어야겠습니다. 책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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