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번개
신과 데며데면 한지 어느덧 6개월이 지났다. '데면데면'은 "신을 대하는 태도가 친밀감이 없이 예사롭다"라거나, "성질이 꼼꼼하지 않아 행동이 신중하거나 조심스럽지 아니하다"라고 정의되는데 신과의 번개에 응답하며 그동안의 관계에 아주 적절한 용어라는 생각을 했다.
신은 아무래도 기존 아부 일관조의 믿을 수 없는 자칭 거짓 신도의 모습과 달리, 차라리 친밀감이 없이 예사로운 태도가 맘에 들었을 것이다. 반면에 신중하거나 조심스럽지 아니하게 신의 성격을 마구 발설해 버리는 것에 대해서는 약간 불만이 있었을 수도 있다.
"하여간 신의 이중성이란?"
나중에 또 이야기하겠지만 신도 이제 나이가 많아서 듣기 좋은 말만 귀에 좋은 것 같다. 하지만 잠깐씩 정신이 반짝 돌아오기도 하는데 그럴 때 비로소 신 다운 지시도 내리고, 그동안의 과오를 바로잡는 신박한 의뢰를 하기도 한다. 오늘의 정신은 후자인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동안 데면데면했던 만큼 신에 대한 직설적인 발언은 최대한 자제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지난 반년 동안 신은 사실상 세상을 방기에 가까운 상태에 두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사실 그것이 신을 데면데면하게 봤던 까닭이기도 했다. "부드럽게 에둘러 말했는데도 신의 성격을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내서 충격을 받았던 것일까?"라고도 걱정을 해 보지만, "에이 그 정도 이야기에 삐쳤다면 그게 어디 신이야?라고 다시 제 성격 나오기도 한다. 뭐 요즘 신이 어딘 신인가 신발인가? 신의 할아버지가 오더라도 할 말은 하자.
하지만 지난 컨설팅에도 불구하고, 로또는 물론이고 어떤 아파트 당첨도 없고, 하물며 세상에서 너무 흔해서 그 문제 되고 있는 주가 보상이나, 대가성 자리 하나 주지 않는 것을 보면 신의 은총을 너무 장기 어음으로 돌려 막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한다. "뭐 그래도 신의 채권은 A1++ 투플 안심, 전혀 홈플러스가 아니니까 부도가 나진 않겠지?" 그래도 컨설팅비는 빨리 결제해 주면 좋겠다.
그래도 신이 번개를 쳤다는 것은 그동안 골치 아픈 문제들을 직시하고 해결에 나설 전향적인 계획에 착수할 의지가 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신의 이름을 들먹거리며 아주 신을 개망신 주었던 자들이 얼마나 넘쳐났던가? 신은 최근 신의 이름을 더럽히며 신이 마치 이 난리의 공범이라도 되는냥 신을 팔아가며 기도했다는 소식에 무척 분노가 치밀었을 수도 있다. 신이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본다더니, 신도 이제 젊지는 않아서 아재 개그를 좋아한다, 신이 드디어 가만히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치니 좀 무서워지기도 했다. 그동안 신의 성격상 리모델링이 아니라 한꺼번에 싹 밀어 버리고 새로 짓는 재건축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신이 아무리 이름이 더럽혀져도 이토록 잠잠한걸 보니 한방에 밀어버릴듯 싶기도 하다.
신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쓸어버리려는 것일까? 화산으로? 불맛으로? 지진으로? 흙맛으로? 쓰나미로? 물맛으로? 아니면 이번에도 법대로 하라며 봐주기의 기회를 줄까? 삼체 외계인을 마침내 투입할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데 마침내 신이 대답했다.
"요즘 트럼프가 하는 식이 재밌더군"
"Oh My G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