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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Sep 01. 2024

신의 최애 계절은?

feat 봄 여름 가을 겨울

여름이 좋아요? 겨울이 좋아요?


여름이 좋아요? 겨울이 좋아요?

신은 선뜻 답하지 못했다. 사계절을 절묘하게 창조했지만 자기자신이 어떤 계절을 좋아하는지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어떤 한 계절을 편애함 없이 모든 계절을 공평하게 골고루 좋아한다고 대답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답하지 못함은 뭔가 이 질문에 함정이 숨어 있어 섣불리 답했다가는 또다시 낚일지도 모른다는 학습효과가 작용하고 있었다.


기고만장하게 신에게 잠시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노라고 최대한 겸손하게 말한다. 그동안 신이 어느 계절을 좋아할지 찍어보자. 신은 잘 모를 수 있으므로 좋아하는 계절을 여기서 정해줄 수도 있다.


먼저 만물이 생동하는 봄은 신의 최애 계절일 가능성이 높다.  딱 봐도 창조의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가? 뭐니뭐니 해도 시작은 봄이고 신은 가장 좋아하는 계절부터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얼마나 블링블링 신처럼 사랑의 마음이 동하는가?


하지만 처음이라고 해서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된다는 것은 너무 작위적이다. 왜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그렇게 짧겠는가? 또 여름만, 겨울만 계속되고 봄이 아예 없는 지역도 많지 않은가? 신이 어디 봄꽃 같은 이미지인가? 불꽃이라면 모를까?


그렇다면 역시 신의 최애 계절은 여름일까? 역시 지옥은 불타는 여름이어야 한다. 조엔 롤링의 '해리포터'에서는 이 생각을 뒤집어서 다소 놀랐었는데, 얼음지옥 같은 곳 지키는 디멘터는 반대로 매우 차갑고 서늘한 존재로 묘사된다. 그러나 지옥의 기본구조는 빙방식이기보다는 열탕식이어야 제맛이다. 불이야 말로 신에게서 인간에게 훔쳐다 주었다는 지라시가 돌고 있지 않았던가? 태양만 보아도 불타는 행성이 아니던가? 핵폭탄의 뜨거운 분열에는 신의 비밀공식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여름을 좋아한다고 지옥까지 여름으로 채웠다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오히려 그 반대로 천국이 여름이어야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신은 천국이나 극락보다는 역시 지옥에 더 애정이 있어 보이긴 한다. 하지만 여름이 신의 계절이란 유력한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신의 성격이 너무 불 같은 점에 비추어 볼 때 치우침이 있어 보인다. 안 그래도 더운데 더워 불타 죽을 것 같으니까.


그렇다면 가을인가? 가을은 열매 맺는 계절이기에 뭔가 신과 어울려 보인다. 봄과 여름을 거쳐 그 결실을 채점하기에 좋지 아니한가? 마치 기말고사나 수능처럼 성적을 산출하는 계절인 것이다. 또 하늘은 높고 푸르고 먹을 것은 풍성하니 신이 좋아할 만 요건을 갖추었다. 아무리 신이라 해도 방앗간은 그냥 못 지나치지. 흔히 가을에 신을 향해 감사를 드리지 않았던가?


하지만 가을 역시 짧고 꼭 성적이 좋지만은 않은 것이기에 신은 오히려 가을을 타는 가을을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가을은 인간에게 좋은 것이지 신에게는 외로운 계절일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축제를 열었던게군. 더군다나 가을 뒤 겨울을 남겨 두었다는 점에서 이 계절이 끝도 아니기에 최애의 계절로 삼기에는 뭔가 허전하다.


마지막으로 겨울이다. 겨울은 불같은 신의 성격을 보완하기 위해 오히려 신이 차분해지고 냉정해진다는 점에서 다크호스의 계절이 될 수 있다. 신의 역사는 오히려 가장 어두운 밤, 장 추운 겨울에 이루어질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면 가장 좋아하는 겨울을 마지막에 배치한 것이었을까? 신은 칼 같이 일을 처리하는 차자신(차가운 자연의 신)에 가까울까?


그러나 너무 차가워 모든 것을 얼어붙게 할 해리포터 디멘터의 이미지는 신에게 그리 어울리는 설정은 아니다. 아무리 신이 감정을 배제하고 심판에 열중한다 해도 신이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라니 이런 신의 취향 나는 반댈세. 뭐 하얀 눈을 만든 것은 그런 이미지를 좀 포근하게 중화시키려고 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신은 생각 끝에 뭐라고 대답했냐고?



"난 뜨거운 아이스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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