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지자스
지자스
"자네 지자스가 한번 되어볼 생각은 없는가?"
"지자스!"
"오마이갓!"
"놉!"
신의 제안을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단칼에 거절한다. 지자스가 무슨 뉴진스도 아니고 길거리 캐스팅이라니? 신도 망설임 없는 "놉"이라는 대답은 전혀 예상치 못했는지 애써 놀란 기색을 감추며 더 이상 묻지는 않는다. 지난 '신과의 재회'는 단순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음이 분명해졌다. 아니 그전부터 신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는지 모른다. 심심해서 성격 연구 같은 것을 의뢰했을 리가 없으니까 말이다. 그것은 일종의 테스트 같은 것이었을까?
신의 압박 면접에 바로 '넵'이나 '넵?'이 아니라 '놉!'이라고 대답할 수 있는 이유는 그러한 제안을 오래전부터 예상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것은 즉흥적으로 나온 대답이 아니라 매우 심사숙고하여 내린 최종 결론이기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건대, 지자스로 채용되는 것은 그야말로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것과 같을 것이다. 물론 신이 백그라운드로 있는 그 유명세가 탐나서 덥석 미끼를 물 수도 있겠지만 신은 역시 썩어도 준치, 아니 상해도 신인지라, 또 신의 권한을 탐낼만한 사람에게는 이런 제안을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신의 '금난전권'을 남용하여 신의 사업을 부도 직전, 파산의 위험에 빠뜨렸던 자칭 신의 에이전트들이 그동안 얼마나 많았던가? 신도 이제 마치 "도를 아십니까?"를 만나듯 그러한 부류에 대하여 대꾸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신의 제안을 거절하게 만든 판단에는 제1기 특채 지자스들이 개고생만 하고 데뷔 후 유명무실해진 것을 익히 보아왔기 때문에 영향이 컸다.
사실 신은 아들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듯 보였다. 처음에 신은 무언가 "네가 내 대신 세상 고통과 죄, 희로애락을 짊어지고 감옥에 갔다 오면 내 자리를 물려주겠다"라고 거래인지 약속인지를 한 것 같았는데, 그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신은 인간으로 치면 은퇴하여 경영권을 물려줄 것을 약속했지만 아직 여전히 정정하여 '회장'자리를 지키고 있는 '왕회장' 쯤으로 보였으며, 신의 아들은 뭔가 대신 감옥에 다녀와서도 여전히 경영권을 승계받지 못한 채, 결정권이 제한된 '사장'의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신의 입장에서는 강한 신이 되기 위해서는 군대도 다녀와야 한다고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정작 자신은 군대 따위는 갈 생각이 없어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 같았다.
게다가 아들이 하나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신에게는 비밀에 부치고 있지만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듯한 인종적으로 배다른 또 다른 아들이 몇이나 더 있는지 모른다는 강한 의심이 들었다. 그러나 이것은 신의 아주 비밀스러운 가족사이기에 전적으로 추측일 뿐이므로 깊이 파고들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므로 금단의 영역인 이 이야기는 이쯤에서 그만하기로 한다.
따라서 이 지자스의 캐스팅을 흔쾌히 받아들여 신의 연습생이 된다 하여도 데뷔와 흥행은 상당히 불투명하다고 할 수 있다. 솔로 데뷔가 아니라 나중에 보이 어쩌면 걸그룹, 또는 지자스는 혼성 그룹의 이름이었다고도 신은 말을 바꿀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캐스팅을 단독으로만 했겠는가? 후보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는 전혀 알 수 없는 일이므로 신중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신입으로 신의 연습생이 될 경우, 위에서 이야기했던 기존의 아들, 혹은 아들들에게 '다구리'를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아찔해진다.
회장이 전문경영인을 영입한다면 아무리 바지 사장이라고 하여도 아들들을 어찌 이길 수 있냐는 말이다. 게다가 신의 후계자들도 개고생만 하고 끝내지 못한 일들을 다 해내려면 신은 얼마나 또 가혹하게 몰아칠 것인가? 그래서 과연 얻는 게 무엇인가? 보이 또는 걸그룹의 인기? 이 나이에? 재주는 곰이 부리고 열매는 다 신이 챙기는 것은 아닐지? 그리고 한번 이 전속 계약을 체결하면 죽기 전까지 해지가 어려울 텐데 그때 가서 신을 상대로 소송을 낼 수 도 없는 일 아닌가? 그래서 신은 원래는 경력이 아니라 애초부터 신입, 태어나서부터 아들로 삼고 신의 연습생을 길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음은 신이 다소 이 방식에 실패를 인정하는 듯한 것이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 대놓고 그것이 실패라고 먼저 말했다가는 완벽한 자부심의 신은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실망감을 드러낼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 신의 후계 경영에 따른 경영 성과가 천국과 지옥 시스템이 전혀 먹히지 않는 F 낙제점이라고 하면 좋아할 회장이 어디 있겠는가? 차라리 현재 ISFP에 가까운 신의 모험가이자 예술가적인 성격에 기대어 새롭지만 호기심이 갈만한 대답을 하기로 한다.
그래서 리스크가 높은 솔로 지자스나, 혹은 지자스의 멤버가 되느니 좀 더 안전한 쪽으로 신에게 다시 한번 컨설팅을 역제안하기로 했다. "네 바람의 방향은 충분히 알겠고요. 그런데 제가 직접 이 나이에 지자스를 하기보다는 경력을 살려 어드바이스 하는 쪽으로 컨설팅을 드리고자 합니다" 단테가 천국과 지옥의 개선 방안을 내놓은 것처럼도 괜찮고, 아이돌 육성 시스템에 따른 신의 아이돌 그룹은 어떨까요?" "이번에는 인간 사회생활 경험이 충분한 경력직이 좋을 듯하고요"
신은 "놉"에 약간 기분이 안 좋았을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신의 뜻을 이해하고 전혀 거절만을 늘어놓지 않은 채 일단 대안을 제시한 것에 대하여 만족하는 표정을 보였다.
"오키, 그렇게 해준다면 럭키비키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