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퇴고
글넘의 글
얼마나 다듬글래?
금처럼 반짝일 때까지 닦아서 팔래?
다이아 각깎아 빛나면 살래?
글튀겨 떼돈 벌지도 않을닭
너무 닦다 껍질닭 벗겨질라
대충 쓰고 밥먹으러 가야제
캘 클이 올마나 많은디
언제 다 광내고 있닦
쌓다 보면 글이 길도 되고
글도 부비면 시도 나는기지
퇴고(推敲)
글을 지을 때 여러 번 생각하여 고치고 다듬는 일을 뜻한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미는 것(推)과 두드리는 것인데 이를테면 ‘밀 퇴(推)’를 쓰면 “스님이 문을 는구나”라는 뜻이 되고 ‘두드릴 고(敲)’를 쓰면 “스님이 문을 두드리는구나”라는 뜻이 된다.
이는 당나라 시인 가도(賈島)가 다음과 같이 ‘승퇴월하문(僧推月下門)’이란 시구를 지을 때 마지막 구절을 ‘퇴(推)’를 ‘고(敲)’로 바꿀까 말까 망설이고 있을 때 연유한다.
한가로이 혼자 머무니 함께하는 이웃도 드물고
(閑居隣竝少)
풀이 우거진 마당은 숲 속 오솔길로 이어지네
(草徑入荒園)
새는 연못가 나무 위에서 잠들어 있고
(鳥宿池邊樹)
스님은 달 아래 고요히 문을 두드리는구나
(僧敲月下門)
이때 높은 관리가 행차하고 있었는데 가도는 어떤 글자가 더 좋을지 생각에 빠져 행차를 가로막고 말았다. 그래서 관리 앞에 끌려가게 되었는데 다행히 그 관리는 유명한 시인 한유(韓愈)였다. 한유는 사연을 듣고 두드릴 ‘고(敲)’가 낫겠다고 조언해 주었다.
‘퇴고(推敲)’는 여기에서 비롯했다.
과연 여러분이 보기에도 문을 미는 것보다 두드리는 것이 더 나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