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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도 머리를 잘라야 할까?

feat 삼손, 알브레히트 뒤러(자화상)

by Emile Mar 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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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도 머리를 잘라야 한다?


인도네시아에서 한 틱토커가 "예수도 머리를 잘라야 한다"라고 발언해 징역 2년 10개월을 받았다고 한다. 아니 인도네시아는 이슬람교 나라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기독교 단체의 고소에, 법원이 공공질서와 종교적 조화를 훼손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고 하니, 그 나라나, 우리나라나 법과 종교는 참 제 맘대로인 닮았다.


하지만 정작 관심은 그것 말고 머리(카락)에 있다. 왜 머리는 짧게 자르게 되었을까? 그것도 대부분 남자가 그렇고 여자는 그렇지 아니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는 왜 머리를 길렀을까?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남자가 머리를 자른 이유는 일하는데 걸리적거리지 않도록 짧게 잘라 '편리적'에 목적을 두었다고도 하며, 여자의 경우 이것보다 '미적' 목적이 강해 머리를 길렀을 것이라고 추정하지만 그렇지만도 다. 또는 옛날의 경우 긴 머리는 자주 감기가 어려워 '위생상'의 목적이 추가되기도 하지만 그것도 전적으로 맞는 말은 아니다. 머리(카락)를 자르면 마치 머리(목)를 자르는 것처럼 신체발부수지부모라고 해서 단발령에 저항했던 것을 보면 '머리'에는 무언가 비밀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장발단속까지 한 역사가 있으니 왜 이렇게 머리는 탄압을 받아야 했을까?


머리의 일생


'머리'에 관한 남자의 일생은 눈물겹다. 머리가 몽글몽글 나기 시작하는 아기의 시기를 지난 후 머리를 길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요즈음은 그전 유치원의 단계에서부터 '단정함'을 위해 머리는 짧게 잘라진다. 중고등학교 때는 아예 머리를 빡빡 밀어버려 운동권도 아닌데 '스포츠' 머리를 해야 했다. 그것이 또 너무 짧으면 반항한다고 맞고, 너무 길면 싸가지라고 맞고, 학창 시절을 수감시절로 회상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학주(학생주임) 센세(선생)가 직접 바리깡으로 학생의 머리 한가운데에 8차선 고속도로를 내는 테러리즘의 기억은 그때는 웃겼지만 지금 생각하니 눈물겹다. 그러다 대학 때 반짝 머리를 좀 기르는가 싶더니 다시 군대에 가면서 머리는 또 짧게 밀려야 했다.


하지만 머리 짧은 노예의 생활은 이대로 끝나지 않는다. 취업과 면접을 위해서는 운이 좋아 그것이 성공한다 해도 머리는 계속 짧고 단정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예수가 취업했다면, 면접에서 탈락했겠지만, 그 긴 머리로 인해 당장 지적을 받고 곧 짤렸을 것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사실상 백수였으므로 그럴 일은 없었지만, 인도네시아 틱토커의 "예수도 머리를 잘라야 한다"라는 발언은 중고딩때 머리를 8차선 고속도로로 밀린 적이 있던 재판관의 심기를 거슬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나이가 들어 은퇴를 하고 이제 좀 머리를 길어볼까? 하면 이제 머리가 다 빠지고 없다. 매번 잘렸던 머리는 삐뚤어져 이제 나지 않고 빠지기만 하는 것이다. 이제 나이 들어 성공의 척도는 머리숱이 얼마나 남아 있느냐는 것이다. 머리를 길 수 있는 자유가 비로소 주어질 때 머리가 전혀 남아있지 않는 것으로 남자의 '머리'의 일생은 비극으로 끝난다. 이것은 일찍이 예수는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상실감이다.


삼손


'머리'의 상실감을 최고로 경험해 본 성경 속 또 다른 이가 있으니 '머리'하면 예수 보다는 '육손' 아들 '삼손'을 먼저 떠올려야 한다. 예수는 살면서 한 번도 머리에 관한 지적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엄청난 스트레스에도 선천적 슈퍼유전자로 탈모를 걱정할 일이 없었다. 심지어 죄수가 되었을 때도 절대 머리를 빡빡 밀리지 아니하고 그대로 두었다는 특혜를 의심한다.


그에 비해 삼손은 머리 때문에 가장 많은 지적과 탄압을 받은 불쌍한 중고딩 8차선 고속도로 바리깡 사건 같은 사례의 주인공이다. 삼손의 힘은 머리(카락)에서 나왔는데 '힘'의 의미는 단순히 신화적인 '무력'의 뜻이 아니라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그것은 남성의로의 '매력'인 동시에 '자신감', '자유', '낭만' 등을 상징했었다. 그런데 학주(학생주임) 센세(선생) 데릴라가 달콤한 유혹으로 꼬셔서 잠들게 한 후 바리깡으로 땡중을 들어 버린 사건은 법적, 종교적으로도 분쟁의 소지가 있다. 즉 앞에서 말한 틱토커가 징역을 받은 '종교적 조화를 훼손한' 심각한 사건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부디스트로 만들다니!

 

머리를 길러야 할 이유


삼손이 머리를 밀렸을 때 그것은 남성으로서의 '매력', '자신감', '자유', '낭만'을 모두 밀린 것이었다. 그리고 두 눈을 뽑히고 노예로 생활하게 된다. 그런데 어찌 비슷하지 아니한가? 마치 현대인이 머리를 밀리고 두 눈을 뽑힌 채 직장에서 노예로 봉사하게 되는 현실을 예언한 것처럼 보이니까 말이다.


그러므로 단정하게 짧게 깎인 현대의 남자는 '매력', '자신감', '자유', '낭만'을 사실상 모두 상실하도록 강요받은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일하는데, 아니 노예로서 일을 시키는데 걸리적거리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 다른 '거세'라고 단언할 수 있다. 남성성을 상실하고 권력에서 조용이 시중을 들도록 강제된 오늘날의 거세이기 때문이다. 이제 단발령과, 장발단속과 같은 머리 탄압의 역사가 납득이 될 것이다. 그리고 삼손에게는 주어지지 않았지만 예수에게는 주어진 장발의 특혜도 이해가 갈 것이다.


이쯤이면 얼마 남지 않은 머리를 길고 미용실에 가서 예수 머리 스타일로 해 달라고 할 용기가 나는가?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아직 델릴라 학주에게 린 삼손의 8차선 고속도로 머리 트라우마가 여전히 각인되어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죽기 전에 머리를 한번 길러 보아 예수의 머리 특혜를 누려 보라. 아 머리숱이 그렇게 남아 있지 않다고?종교적 조화를 훼손하면 안되니까 그럼 오빤 '붓다 스타일'




* 표지 배경 : 알브레히트 뒤러의 '자화상'

그 당시 파격적으로 정면을 응시하여 자신감과 신성함을 표현하기도 했지만 대놓고 예수를 연상케 하는 모습에 신성모독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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