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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날씨 : 날씨의 자유

자만추 스타일이라네요

by Emile

"최저 기온 4도 최고기온 9도 미세먼지 보통"이라고 예보했는데,

"체감 기온 0도 실제 기온 5도 희뿌연 초미세먼지 가득"

"일기예보를 위반했으므로 산, 들, 바다, 강, 공원, 극장, 미술관, 도서관 등 공공장소의 출입을 일기예보가 맞을 때까지 엄금함"


따위의 말을 날씨가 들을 리가 없지요. 그런 물어보지도 않은 예보나 규칙 따위는 기상청에나 주라 하지요.

날씨는 자유의 화신이라 합니다만.


날씨의 매력은 이런 자유에 있나 봅니다. 예보대로 가 주면 좋으련만, 전혀 그럴 마음이 없어 보이지요.

더욱 난해한 것은 기분이 좋으면 예보를 딱딱 지켜주기도 하는 것 같은데, 수 틀리면 반대로 가기도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비가 억수로 오기로 했는데 찔끔 내리고 마는 것이나, 맑기로 했는데 느닷없이 폭우를 쏟아 내는 것도 그렇지요. "날씨는 이래야 한다"라는 것을 상당히 싫어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맑았다 흐렸다 기분만큼 변덕도 심하고 까칠하기는 또 얼마나 까칠한지 소풍날 아침 고춧가루 뿌리듯 어김없이 비를 뿌리었지요. 그러면서도 언제 그랬냐 싶게 한없이 해맑은 미소를 보여주는 장난꾸러기 같지요.


오늘도 자유롭고 싶은 날이었는지 날씨는 닦기로 했던 창문의 먼지를 닦지 않았네요. 교장 선생님이 곧 검사하러 올 시간인데 유리창이 아직도 뿌옇지요. 하는 수 없이 담임 선생님은 유리창 청소를 내일로 연기한 모양입니다. 내일도 닦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모레도요.


사실 날씨는 자유로는 낭만주의자지요. 관습에 가두어 놓고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을 아주 아주 싫어한답니다.

그래서 오늘 날씨는 맑아야 한다라던지, 흐려야 한다라던지, 정해두고 강요할 때 어김없이 자유롭게 날씨를 새로 창조해 내지요. 그렇다고 계절을 거스르는 충격까진 잘 주지는 않지만, 제멋대로 햇살과 구름과 바람과 비를 캔버스에 뿌리기도 하고 그 위에 다시 벅벅 그리기도 하지요. 그런 면에서는 아티스트라고 부를 만합니다. 그렇게 규정되는 것도 싫어하겠지만요.


날씨는 원래 신의 아들이었지요. 날씨가 이렇게 저렇게 해 달라고 떼쓰고 비는 것이 싫어서 그 사실을 숨기고 떠나버렸지만요. 하지만 그것을 눈치채고 날씨를 빌미 삼아 지배하려는 자들은 늘 생기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때론 아주 무섭게 화를 내기도 하나 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날씨는 한편으로 자만추(자연스러운만남추구) 스타일입니다. 억지로 집안과 능력을 보고 끼워 맞추려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요. 그러므로 날씨는 결혼이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정복되지 않을 것이지요. 그것이 인공지능(AI) 최첨단 매칭 시스템이라도 말이지요. 자유를 포기하지 않을 듯 합니다.


그런 날씨의 자유를 존중하지요. 닦기로 한 유리창을 닦지 않은 날도 말이지요.

"내 기분이 궁금하거든 일기예보가 아니라 이따금씩 하늘을 봐 직접!"

그렇네요 하늘을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질수 있다는게 자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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