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날씨 : 눈의 피 흘림
다시 올 것입니다
세상을 새하얗게 바꾸겠다는 눈의 바람은 이번에도 실패로 끝난 모양입니다.
검은 구둣발에 밟히고 삽으로 퍼내어지더니 이제 형체도 없이 녹아내려 피를 흘림만이 질척합니다.
그 피마저도 이내 곧 증발해 잊히겠지요.
눈을 기대하고 기뻐했던 마음과 세상이 새하얗기를 바랐던 열정도 증발해 버리 듯 말이에요.
그리고 세상은 하얀 것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 검었던 그 길을 다시 걸을 것이지요. 눈이 증발해 버린 그 거리를요.
그래도 그들은 다시 올 것입니다.
세상을 새하얗게 바꾸겠다는 그들의 사명은 하늘에서 주어진 것이기 때문이지요.
세상이 아무리 검은 것들로 더럽혀진다 해도
다시 피 흘리고 사라진다 해도
그들은 다시 내려 세상을 새하얗게 바꾸겠다는 기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지요.
마지막 눈이 잠시 반짝, 눈물을 남기고 녹아 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