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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날씨 : 메리 콜드브루마스!

콜드브루의 분노

by Emile

새벽에 마신 차디찬 공기는 신선하기 그지없었지요.

분쇄한 공기를 차디찬 물에 장시간 우려내어 쓴 맛이 덜 하고 부드러운 풍미를 느낄 수 공기였습니다. 마치 콜드 브루 커피처럼 말이죠.


그것이 문제였지요. 콜드 브루 말입니다. 늦은 밤 이런 날(크리스마스이브)이 아니면 언제 마시겠냐고 우기며 콜드 브루 병을 딴 것이 문제였지요. 게다가 와인도 번갈아 마셨나봐요. 그래서 아주 늦게 잠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깊은 잠을 못 이루고 새벽에 딸깍 깨버렸으니까요.


새벽에 만난 콜드 브루는 무척 화가 나 있었습니다. 얼음장 같은 최강 한파였지요. 크리스마스가 커플만 구원받고 천국까지 가는 커플 천국이 된 것에 말이지요. 일인가구 664만의 시대에 솔로들만 차별받고 솔로 지옥인 세상은 더 이상 정의롭지 못하다고 하였습니다. 진정 소외되고 구원받아야 할 것은 솔로들이라고 말이지요. 콜드 브루는 올 겨울 여친(여자 친구)과 헤어진 걸까요?


콜드 브루는 그것이 커플들에게만 구원 지원금과 가산점을 준 크리스의 잘못이 크다며 이제 크리스마스라 더 이상 부르지 않겠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일인가구가 더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크리스마스란 특정 명칭을 더 이상 사용하기도 힘들어질 거라 하네요.


그래서 앞으로는 그의 이름을 따 '콜드브루마스'라 하겠답니다. 계절이 겨울이라 차갑다는 콜드(Cold)와 어울리기도 하고 우려낸다는 뜻의 브루(Brew)가 세상의 쓴 맛을 덜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의 뜻과 일치한다고도 하네요. 그렇다고 자기는 종교 같은 것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지요.


그래요 날이 날인지라 게다가 새벽 부드럽고 신선하고 차갑기 그지없는 공기를 얻어 마신지라 그의 말을 들어주어야겠습니다.


"메리 솔로 콜드브루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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