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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날씨 : 나무의 패션

나무들도 런웨이

by Emile

"다음 중 옷을 입지 않는 유기체는?"

1. 인간 2. 개 3. 나무 4. 핸드폰


정답은 4. 핸드폰입니다. 유기체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개가 옷을 입는 것은 알겠는데 나무도 옷을 입냐고요? 네 요즘은 나무도 옷을 입지요.

나무는 인간과 개 다음으로 가장 먼저 옷을 입기 시작한 유기체이지요. 식물류에서는 처음입니다.


그런데 예전에는 몸의 중요한 곳만 겨우 가린, 비키니 같은 수영복을 입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전신 수영복처럼 생긴 옷을 입고 있어서 놀랐습니다. 전신 수영복까진 아니더라도 거의 하체는 전신 수영복에 가까웠으니까요.

더군다나 레깅스 못지않게 나무의 몸에 꼭 맞는 옷입니다. 저 나무 옷을 만든 이에게 감탄합니다. 어떻게 저런 패션을 생각해 낼 수 있었을까요?


나무의 패션에 대한 시도는 처음은 아니었지요. 마침 오늘이 크리스마스이브이기도 한데 크리스마스트리가 바로 그것이지요. 그때는 아직 옷을 입을 생각을 하지는 못한 원시 부족답게 옷 대신 여기저기 장신구를 걸었습니다. 물론 크리스마스라는 한정적인 축제 기간 동안 만이었지만 나무의 패션에 대한 처음 시도라고 볼 수 있지요. 그렇지만 아직 옷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트리라고는 하나 진짜 나무도 아니죠.


이제 나무의 패션계로의 진출은 시간문제이지요. 이제 볏짚 패션으로 만족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들도 나무의 패션 가능성을 알아보고 너도나도 나무의 옷을 디자인하겠다고 몰려들 것이 뻔합니다. 지금은 보온성을 강조한 내복 같은 패션이지만 저 위에 겉옷도 입혀 주겠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패션 디자이너나 아티스트가 보고 있다면 저와 콜라보를 요청합니다. 일명 "나무의 패션" 런웨이!


하지만 아직은 헐벗은 나무들이 많지요. 저렇게 옷을 입고 있는 나무는 아주 비싼 땅에 자리 잡은 일부의 큰 나무들에 불과하지요. 나무 팔자도 뒤웅박 팔자라고 어디에 뿌리내려 지냐에 따라 그 대접이 달라지지요. 공원이나 수목원에서 옷을 입고 보호와 경계를 받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길거리에서 매연을 맡아가며 추위에도 일해야 하는 나무도 있으니까요. 패션에 앞서 아직 옷을 입지 못한 나무들에게 옷을 입혀 주고 싶네요.


날이 추워진다고 합니다. 그래도 나무가 저렇게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안심이지요.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것 같거든요.

크리스마스트리는 없어도 괜찮습니다. 장신구 하나쯤 걸고, 나무처럼 옷을 껴 입고, 따뜻한 패션 크리스마스 되면 되지요.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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