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날씨 : 이렇게 헤어지기 좋은 날
이별의 색깔은 파란색으로
"이별을 준비하고 계시다면 오늘을 놓치지 마십시오"
다시 한번 경고합니다.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면 절대 오늘을 놓치지 마세요!"
이유 같은 건 나중에 읽으시고요. 당장 달려가서 헤어지자고 말하세요. 그러기 최적의 날씨이니까요.
절정은 넘어섰다고는 하나 한파가 삼일째 계속되었으므로 마음이 얼어붙을 만큼 얼어붙을 날이지요. 마음의 온도라는 건 날씨처럼 그렇게 단번에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더 천천히 반응이 오거든요. 그래서 마음이 차디차게 식어 있다는 것을 눈치채는 것은 그렇게 한 삼일쯤 연속적인 냉기가 있은 후에야 비로소 반응이 오는 것이죠.
게다가 햇살이라고는 한 점도 없이 저렇게 흐리고 쓸쓸하니 얼마나 이별을 이야기를 하기 좋은 날이에요. 한때 눈이 내릴 것 먼지만큼 휘날리기도 했지만 다행히 눈은 오지는 않을 것 같아요. 눈이 오면 헤어짐을 말하는 것은 망한 거예요. 눈에 다 묻혀 버려서 전혀 들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추워서 의욕이 일지 않는다고, 이불속이 가장 안전하다고,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새해가 오기 전 이 황량하고 차가운 시즌이 이별에 가장 좋은 때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날이 너무 화창하거나 포근하거나 눈이라도 오거나 하면 헤어짐을 말할 수가 없어요. 이렇게 한파가 삼 일간 계속된 다음, 날은 잔뜩 흐리고 눈도 오지 않고 크리스마스도 지난 새해가 오기 전 불과 며칠만이 이별의 최적의 좋은 날이지요.
헤어짐의 아픔이 걱정된다면 얼음짱 같은 물에 손을 한번 담가 보면 도움이 됩니다. 그러면 찢어질 듯한 차가움으로 정신이 번쩍 나면서 이별의 아픔 따위는 잊고 결심을 확고히 할 수 있지요.
이별의 색깔은 반드시 파란색을 추천합니다. 냉철하고 과감한 진한 파랑이죠. 겨울은 빨간색이죠. 산타클로스를 비롯하여 빨간색이 따뜻함을 만들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헤어짐의 코디는 그 반대인 파란색을 골라야 해요. 이 겨울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파란색 바지를 입고 이왕이면 파란 잔에 커피를 마시며 헤어짐을 서슬 파랗게 이야기해야 뒤끝이 남지 않지요.
그런데 헤어질 사람이 없다고요? 어쩌나 이걸, 그런데 꼭 사람과의 이별만을 뜻하지는 않아요.
올해의 모든 미련과도, 이미 지나가 버린 것들과도, 안 좋은 습관이나 낡은 생각들과도, 뭐 싫어하는 사람과의 관계라도 헤어지기에 딱 좋은 날이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기회는 단 며칠뿐이에요. 오늘 하루만 딱 그런 날씨일 수도 있고요.
이렇게 헤어지기에 좋은 날은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