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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자전거는 오르막 길

날마다 날씨

by Emile

"이 정도 날씨면 자전거를 타도 될까? 말까?"


'말까'라고 분명히 말한 것 같은데 몸은 자전거를 벌써 끌고 밖으로 나가고 있네요.

자전거 타기에는 아직은 추울 것 같다는 마음과, 그래도 이 정도 날씨면 타도 되겠다는 몸이 따로 놀고 있지요.

뭐 오늘은 몸이 책임을 질 모양입니다. 어차피 추운 건 몸일 테니 말이죠.


그런데 꽁꽁 둘러싸고 장갑을 꼈는데도 제법 손이 시렵습니다.

그런 게 처음엔 손이었는데 그 다음에는 팔까지 시렵고, 시려운 부위가 계속 올라오는 게 이러다 어깨까지 시려워 질 듯하네요. 마치 얼음 팔 장갑을 낀 것 같다고 할까나요.

대신 계속 페달을 밟고 있는 다리는 전혀 시렵지가 않네요.


그러고 보면 자전거는 참 정직하지요. 페달을 밟는 만큼 가고, 그것을 돌리고 있는 다리는 시렵지도 않으니까요.

그야말로 날씨를 가감 없이 몸이 곧이 곧대로 느끼는 것이지요. 그래서 오늘 몸이 책임을 지겠다고 한 모양이네요.


특히 자전거에서 제일 신나는 것은 오르막길에서 힘들게 페달을 돌렸더니 내리막길에서는 이제 페달을 밟지 않아도 쭉 내려가는 것이지요. 특히 잠수교의 볼록 나온 다리 중간까지 힘들게 오르면 그다음 반은 내리막길이어서 그 신남을 느낄 수가 있지요.


1월의 겨울 자전거는 오르막 길이지요.

꽃들과 낙엽이 반겨주는 봄이나 가을날의 '자전거나 낭만' 이거나, '자전거가 로망' 이 되진 않지만, 페달을 열심히 돌려서 올라가면 곧 신나는 내리막길이 나올 것 같은 오르막길입니다.

그래서 힘들지만 곧 만나게 될 낭만과 로망을 기다리는 정직한 오르막길이지요.


"기다려! 곧 손도 팔도 시렵지 않은 따뜻한 날씨가, 계절이, 신남이, 사랑이 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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