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일본은 우리나라에게 있어서는 비열하기 짝이 없는 원수 같은 나라이긴 하지만 지리, 문화적으로 매우 가깝고, 많은 것을 이미 앞서갔다는 면에서 모방과 비교의 대상이 되는 나라이기도합니다.
이렇게 일본이 앞서 나가게 된 계기는 바로 메이지 유신이었습니다. 그 앞에는 미국의 페리 제독이 함선을 끌고 와 개방의 압력을 가했던 위기가 있었고요. 이런 위기는 우리나라나 중국도 마찬가지였는데요, 그 위기 어떤 변화를 선택했느냐가 오늘날의 일본을 만들어냈지요.
일본의 위기에 대한 변화의 선택은 실로 놀라웠습니다. 물론 그것이 자의가 아니라 타의에 의한 시작이었지만, 동쪽 끝 미개한 섬나라에 불과했던 일본은 서양 문물의 뛰어남을 간파하고 대규모 사절단까지 서양에 보내며 이를 배우고 적용하기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에 있어 중국과 우리나라에 한참 뒤에 섰던 순위를 단숨에 역전시키기에 됩니다.
물론 이러한 배경에는 중국이나 우리나라가 강력한 왕권이 자리 잡은 중앙집권적 정치조직을 이미 갖추었던데 비하여, 일본은 그렇지 못했던 봉건 국가에 불과했다는 점이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을 했을 것입니다.
강력한 왕권과 중앙집권은 아무래도 서양 문물을 쉽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쉽게 용납치 않았지만, 아직 쇼군과 막부에 의존하던 후진 형태의 정치조직은 오히려 이것을 쉽게 버리고 선진화된 서양의 제도를 따르는데 주저함이 없게 하였으니까요. 그래도 그 변화와 선택은 빨랐고 옳았다고 보아야겠지요.
그 이후로는 알다시피 중국과 러시아를 연이어 패퇴시키며 우리나라를 손아귀에 넣고, 미국과의 전쟁도 불사하는 국가로 거침없이 올라섰습니다. 이제 까지 섬을 거의 벋어 난 적이 거의 없던 일본이 미국과 맞짱을 떴다는 사실은 현재로서 보기에 말도 안 되는 체급의 경기처럼 보입니다만 서양의 문물을 배우기 시작해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것으로 서양과 대적할 만한 위치에 섰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너무 날뛰다가 폭탄을 얻어맞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일본은 다시 살아났습니다. 물론 일본을 굴복시켰던 미국의 지원과 체제의 경쟁이라는 아이러니가 있었지만은, 그 이후로 일본은 철저히 미국의 수하가 되기를 자처하며 다시 힘을 빠르게 회복했지요. 미국의 지원이 있던 나라가 다 그렇게 되진 않았다는 점을 볼 때 이는 독일과 더불어 그 회복성을 인정해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독일이 과거의 잘못을 철저히 인정하며 동서독의 통일과 유럽연합의 종주국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룬데 비하여 일본은 아직도 역사적 과오를 인정하지 않은 채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지요.
저자도 일본의 장애 요인으로 여성의 낮은 지위, 이민자를 환영하지 않는 폐쇄성과 더불어 우리나라와 중국에 사과하지 않고 있는 후진적인 사고를 꼽고 있지요.
이는 일본이 철저히 사과하고 리더로서의 면을 보였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아시아에서 독일의 역할을 하고 있을 거라는 점에서 일본에게 한계요 아쉬운 일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점은 일본이 국경을 맞대지 않은 폐쇄적인 섬나라의 지리적 한계성에 기인하고 있다는 생각인데요.
그 비슷한 일례로는 영국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영국도 유럽연합에 가입을 하며 동조를 선택하는 듯하였으나, 여기서 탈퇴 함으로써 일본과 비슷한 폐쇄주의의 길을 선택한 듯 보이거든요. 물론 영국은 승전국으로서 일본과는 주변국에 있어서 다른 상황에 놓여있긴 하지만, 영국 또한 국경을 맞대지 않은 폐쇄적인 섬나라의 특성상 다른 나라들과 공존과 협력을 모색할 필요성이나 사고는 덜 한 듯합니다.
우리나라는 위기의 선택과 변화의 과정에서 뒤늦게나마 일본의 모델을 따라갔다고 해도 무방할 듯합니다. 처음에는 그것이 타의에 의해서였고 나중에는 자의적으로 그랬다는 것이 다를 뿐이지요. 모든 면에서 서구의 것들을 일찍 받아들여 전쟁까지 일으킬 만큼 일본은 앞서 나갔기에 이는 우리나라에게 이는 쉽고 좋은 모델이 되었을 것입니다. 일본에서 유행하던 것들이 몇 년 후면 우리나라에 들어오기도 했고 각종 제도도 일본 것들을 모방하거나 그대로 답습한 것들도 많았습니다. 최근에 까지 이 분야는 일본에 몇 년 뒤쳐져 있다는 말을 종종 듣곤 했지요.
그런데 문제는 앞으로 입니다. 일본은 늙어가고 있고 앞서 나간 것을 지키기에 급급해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이제는 일본보다 앞서가는 것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고요. 그래서 이제서는 선택의 귀로에 서 있게 됩니다.
'일본을 계속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일본을 극복할 것인가?'
일본이 독일과 같이 사과와 반성의 자세로 폐쇄된 섬나라가 아닌 리더의 정치력을 지향했더라면 아마 일본 모델은 계속 유효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본은 스스로의 사고를 폐쇄된 섬의 한계에 가두어 둠으로서 그 지위를 스스로 포기한 듯 보이지요. 더 이상 메이지 유신 때의 놀라운 변화와 선택과 희망은 보이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앞으로의 아시아의 모델은 일본이 아니라 우리나라 혹은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G2 국가로 성장하여 국가의 크기나 인구로 보아 다른 아시아 국가의 모델로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단일 국가로 이미 미국과 위상을 겨루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그 모델이 될 가능성이 있겠습니다. 뭔 훗날의 꿈같은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으나, 독일과 같이 통일을 이루고 한 단계 더 성장을 거듭해 낸다면 아시아에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나라는 독일과 유사한 위상의 모델을 이루어낼 가능성이 있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여기 다시 일본을 따라갈 것인가? 극복할 것인가? 의 문제가 다시 대두되는 것입니다.
일본은 여전히 G7의 아시아 유일의 선진국이고, 서구에서도 인정하는 국가이지요. 그래서 일본을 따라가면 여전히 쉽게 찾을 수 있는 길이 많습니다. 이미 여러 면에서 일본을 따라가고 있기도 하고요. 인구 고령화를 비롯해 산업의 구조도 그렇고 일본의 약점으로 여겨지는 여성과 이민의 문제에서도 선택에 따라서 일본과 비슷하게 될 요인이 아주 많습니다. 그것이 이제 장점이 될 것인지 단점이 될 것인지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지요.
다만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보호 아래 놓이면서 섬나라의 폐쇄성으로 말미암아 정치적인 변동이 적고 외부로부터 위기 요인도 적게 받았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정치에 거의 무관심하기도 하고 변화와 선택에도 둔감한 듯합니다. 이는 메이지 유신 때의 빨랐던 변화의 선택과는 오히려 반대되는 것처럼 보이네요.
그러한 반면 우리나라는 부득이하게 남북의 대치와 열강의 압박 등 외부의 위기 요인도 많았고 정치적으로도 격변을 많았습니다. 그래서 정치에 관심이 높고 이러한 위기가 오히려 변화와 선택을 민감하게 하였지요. 우리나라가 변화와 선택에 둔감해서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은 때와는 반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이것이 일본을 따라가는 듯 보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매우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한때 훌륭한 모델이었던 일본과 비슷하게 가려는 유혹은 항상 있게 마련이지요. 점점 정치에 무관심 해지고 바꿀 수 없는 현실에 체념하며 희망을 잃어 가는 모습은 일본의 모습을 따라가기도 합니다. 분단으로 단절되며 섬 같은 위치에 놓인 현실은 일본처럼 폐쇄성을 띄기도 하고요. 다행힌 것은 그때마다 역동성을 발휘하고 문화적 창의성을 보여왔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우리가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일본을 따라가기보다는 일본을 극복하여야 할 것입니다.
일본 모델은 이미 낡아서 이제 장점보다는 단점들이 훨씬 더 많아 보이거든요. 단적으로는 교육에서의 일진이, 사회에서의 과로가, 여성의 지위가, 문화적 개방성이 그렇습니다. 일본 모델과 함께 각종 안 좋은 것들도 일본으로부터 건너온 것들이라고 할까요.
변화와 선택을 위해서는 이 낡은 일본 모델을 빨리 극복하는 것이겠지요. 우리나라가 왕권과 중앙집권의 자만심으로 변화와 선택을 주저했던 것처럼 이 쉬운 모델을 계속 고수한다면 다시 위기를 맞을 수도 있으니까요.
아마 일본과 같이 우리나라도 안주하기로 든다면 통일도 필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독일이 오랫동안 준비하고 주변국의 이해를 얻어내 마침내 통일에 이르러 위상을 회복한 것을 보면 이에도 변화와 선택이 필요할 것입니다. 일본과 다르게 변화와 선택을 가져올 전환점이 될 테니까요. 물론 여기에는 고도의 정치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요.
과연 우리나라는 아시아의 진정한 리더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까요?
이것이 우리나라가 일본을 따라갈 것이 아니라 극복해야 할 이유가 될 것입니다.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한줄 서평 : 과거의 선택 그리고 앞으로의 선택은?(2022.01)
내맘 $점 : $$$$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 강주헌 옮김 / 김영사 (201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