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2025년
외로운 밤
"외로운 밤입니다" 왜냐하면 오늘 예고한 대로 '에밀문학상' 시상식이 있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이 기쁜 시상식에 앞서 "아름다운 밤" 대신 "외로운 밤"이라고 말한 것은 이 시상식은 여느 시상식과 달리 심사와 시상을 홀로 외로이 진행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책을 읽는 것이 홀로 외로운 일이면서도, 같은 책을 읽은 수많은 사람들과 공간과 시간을 초월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것과 같이, 글을 쓰는 것이 홀로 외로운 일이면서도, 그 글을 읽을 수많은 사람들과 공간과 시간을 달리해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것처럼, 이 시상식은 결코 홀로 외로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독자와 함께하는 것을 믿습니다. 그래서 이 고요한 외로움은 소리 없는 박수갈채와 차가운 열정으로 변하여 글을 쓰는 내내 손끝으로 느껴질 것입니다.
영예의 후보작
그러면 영예의 후보작을 호명하기로 하겠습니다. 본상인 제1회 '에밀문학상'의 후보작으로는 2025년 읽고 하찮은 서평을 넘긴 수많은(사실 몇 권 안 됩니다) 책들 중 모두 다섯 편을 엄선(사실 바로 골랐습니다)하였습니다. 호명하는 순서는 작가 및 올해 읽은 책 순입니다.
'유발 하라리' '넥서스(Nexus)'
'알랭 드 보통' '현대 사회 생존법'
'한강' '빛과 실'
'잭 웨더포드' '바다의 황제'
'리처드 도킨스' '불멸의 유전자'
후보작 모두가 Emile 작가의 사심과 주관이 가득히 들어간 책입니다. 공통점은 서평에서 Emile 작가로부터 모두 $$$$ 이상의 호평을 받았던 책들이라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을 할 수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작이었던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사탄 탱고'가 후보작에 조차 오르지 못했다는 것이 충격입니다. 그 대신 작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였던 '한강' 작가의 작품이 후보작에 오른 것으로 노벨문학상은 그나마 자존심을 세웠습니다. 그렇다면 후보작 선정 이유를 들어보겠습니다.
'유발 하라리'의 '넥서스(Nexus)'
이 책에 대해 Emile 작가는 '넥서스의 미래는 결국 메트릭스(The Matrix)'라고 한 줄로 평한 바 있습니다. 이 책은 격동의 내란기에 전체주의 파시즘과 극우교회를 관통하는 노드(사람, 장치, 시스템 등)를 이해할 수 있는 혜안을 의도치 않게 제공하여 감명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자정 장치'를 상실한 인간과 종교는 혼돈스럽고 고통스러운 진실의 모습을 보는 빨간약 대신, AI의 질서 있는 세계 속에서 안온한 만족의 길인 파란 약을 선택하여 AI에게 굴종하고 멸망하는 메트릭스(The Matrix)의 암울한 미래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우쳐 주었습니다. 다만 이 책의 결점은 '유발 하라리'의 확신 없는 기대와 같이 '자정 장치'가 이미 괘도를 벋어나 고장 났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괘도를 이탈한 열차의 넥서스는 인간의 멸망이라는 답을 부인할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알랭 드 보통'의 '현대 사회 생존법'
이 책에 대해서 Emile 작가는 '물속에 녹아 있는 평온이란 사금을 찾는 방법'이라고 한 줄로 평했습니다. 그때 평온이라는 '사금'을 찾을게 아니라 그냥 '금'에 투자했었더라면 이야기가 꽤 달라졌을지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올해는 금값이 아주 천정부지로 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부상으로 골드바를 주었을 텐데요. 이 책의 부제 또한 '불안정한 시대를 이해하고 평온함을 찾는 법'이었는데요 그만큼 올 한 해는 불안정한 시대였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알랭드 보통'은 이 현대의 질병과 이해법에 대하여 '소비 자본주의', '광고', '물질주의', '매체', '민주주의', '가족', '사랑', '성', '외로움', '일', '개인주의', '조용한 삶', '바쁨', '추함', '교육', '완벽주의', '과학과 종교' 같아 쪼개어 각개 격파를 해 나갑니다. 이렇게 쪼개어 사금으로 모으면 금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단적으로 말하면 '마음'의 병 하나쯤은 누구나 '공존'할 수밖에 없는 반려동물 같은 거이었다라고요.
'한강'의 '빛과 실'
Emile 작가는 이 책을 읽고 노벨문학상 '한강' 작가에게 감히 '삶을 껴안는 눈부시게 밝은 소설을 다시 쓸 수 있기를'이라고 훈계질의 메시지를 남기는 테러를 저질러버렸습니다. 그것은 삶을 짓누르는 고통스럽게 어두운 소설이 삶을 껴안는 눈부시게 밝게 현재를 구했듯이, 삶을 껴안는 눈부시게 밝은 소설이 어둡게 삶을 짓누르는 고통스러운 과거도 치유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며, 그녀도 이제 눈부시게 밝은 '햇살 정원'에서 과실나무를 키우 듯 지나치게 밝은 사랑 소설 같은 것을 써 보면 어떨까? 하고 아주 개오바를 떨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그 오바의 진심성으로 말미암아 후보작에 선정된 것일 수 있습니다. 혹시 알까요? '한강' 작가가 표지가 아주 화려한 신간을 정말 내 줄지 아니면 말고 소 닭 보듯.
'잭 웨더포드'의 '바다의 황제'
이 책에 대하여는 '트럼프 칸은 쿠빌라이 칸의 부활일까?'라는 얼토당토 한 한 줄을 남겼었지만 '쿠빌라이'는 감히 '트럼프' 따위에 견줄만한 인물이 아닙니다. 오히려 유목 제국을 해양 초대강군으로 변모시킨 '쿠빌라이'야 말로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몽골'을 다시 보게 만든 책이라 더 기억에 남는 책이었습니다. 다만 몽골도 그때에는 전 세계 무역과, 부와, 여러 인종, 종교, 기술자가 모이는 오늘날의 미국과 같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때 아무리 해상무역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중국 본토를 차지하며 세계의 중심이 되었다 해도 결국 그 이후 급격한 쇠퇴의 길을 걸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입니다. 세계 최 강대국 '미국'은 트럼프 이후 아무래도 '몽골'의 길을 걷게 될 것처럼 보이니까요.
'리처드 도킨스'의 '불멸의 유전자'
이 책은 솔직히 읽고도 이해는 되었지만 그 내용을 다시 누군가에게 들려주기는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노래는 유전인가 창조인가?'라고 아주 단편적인 '새 노래'에 대하여만 언급했지만 그보다는 훨씬 깊이가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약간은 맥락이 왔다 갔다 하는 '진화론'에 대하여 보다 심층적인 지식을 전달받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수십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하는 것을 이 짧은 삶에서 과학을 통해 논한다는 것은 어차피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 짧은 삶의 순간 속에서도 책을 통해 진화한다는 것은 아주 비과학적이고 매우 인문학적으로 역시 놀라운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삶의 시간 동안 책을 읽은 만큼 진화한다는 게 지극히 개인적인 문과적 진화 이론으로 이 책을 대신합니다.
외로운 수상작
그렇다면 올해의 제1회 '에밀문학상' 수상작을 호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올해의 책은 '잭 웨더포드'의 '바다의 황제'입니다. 의외의 수상작에 많이 놀랐겠지요. 이 책을 수상작으로 꼽은 이유는 익히 이름을 알고 있고, 심지어 친하다고 까지 개인적으로 느끼는(상대 작가는 전혀 알지 못하겠지만) '유발 하라리', '알랭 드 보통', '한강', '리처드 도킨스'에 비하여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신선한 역사적 재미와 지식의 영토를 확장시켜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쿠빌라이'라는 '몽골'의 황제의 일대기가 아니라 '역사'의 관점에서 볼 때의 흥망성쇠와 마치 하나의 기업과 같은 도전과 발명, 성취를 느끼게 해 준 지적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축하해요 '잭 웨더포드', 부상이나 상금은 없지만 어디서든 이 기쁜 소식을 어떻게라도 듣게 된다면 Emile 작가를 구독하고 거액을 응원할 수 있는 자격이 있습니다.
이렇게 제1회 에밀문학상 시상식을 마칩니다. 내년에 제2회 시상식을 위해서라도 2026년에도 좋은책을 열심히 찾아서 읽어볼까 합니다. 인간은 책을 읽는 만큼 진화한다니까요.
사족 : 그럼 2부에서 뵙겠습니다. 2부에서는 드라마 및 영화부문과 경제부문 수상작을 쓸까말까 하는데 올해 안에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오늘은 일단 2부 없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