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김에 대하여

feat 일인칭 단수 - 사육제(Carnaval)

by Emile
가장 못생긴 여자


"그녀는 지금까지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못생긴 여자였다"라고 시작하는 하루키의 첫 문장은 이번장에서도 시선을 몰입시킨다. 그래서 이번에는 '못생김'에 대하여 이야기하여 보기로 한다. 글로 쓰기에는 매우 난해한 주제일뿐더러 부적절한 시비마저 일으킬 수 있긴 하지만, 하루키도 썼는데 못할쏘냐!


작가는 못생김이다


개인적으로는 "작가야 말로 못생김의 집합체라고 생각한다" (첫 문장으로 이만 하면 '하루키' 만큼 시선을 끌 수 있을까?) 왜냐하면 좀 잘생겼더라면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을 일이 아니라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을 올리고 있을 일이기 때문이다. 나도 근육질에 역삼각형의 몸을 지녔더라면, 게다가 긴 기럭지에 여전히 팽팽한 기생오라비 같은 면상이었더라면, 그 아름다운 몸과 조각 같은 얼굴을 인스타에 올려 자랑질이나 했겠지, 대신 브런치에서 아침밥 굶어가며 기럭지가 길고, 조각 깎는 생 노가다 글을 쓰고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내 몸을 둘러봐도 근육이라고는 하나 없으며, 그래서 글력(글 근육)으로 어떻게든 메우고 있는 것이다.


조댕이와 글력


훨씬 젊었을 때 벌써 눈치챘다. 기럭지와 조각 같은 외모로는 아뿔싸 그리 경쟁력이 높지 않아 승부를 걸 수 없음을, 그렇다고 기럭지를 잡아 당겨 늘리거나 쌍판을 갈아엎을 수도 없는 일이라서-아직 성형외과 의느님이 구원하러 오시기 전이었다-몸과 얼굴 대신 조댕이에 승부를 걸기로 한다. 글력을 조댕이에 장착하면 그것이 말뽄새가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여 금강 도서관도 식후경 끝에 하산하여 소개팅에 조댕이를 마수구리 놀리니, 얼쑤! 너를알고 나를아니 임전무퇴, 백전백승, 임도보고 뽕도따니 기럭지와 조각상과 하루키가 부러울쏘냐!


얼굴 빼고 완벽한 여자


너무 심취했다. 여긴어디? 이것은 독서챌린지였지. 다시 하루키로 돌아가서, 그 못생긴 여자는 그러나 하루키에게 얼굴만 빼고 거의 완벽한 여자였다. 하루키와 마찬가지로 음악에 대해 술술 꽤고 있고, 무인도에 슈만의 피아노곡(사육제)을 필수템으로 가져가는 의견에 일치 정도로 음악 친구가 된다. 그런데 어느 날 TV에서 그녀를 마주하게 되니, 사기 사건으로 체포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공범으로 그녀의 조각 같은 외모의 연하 남편이 같이 있었다.


완벽한 커플


이 커플은 하루키 마저 끌렸던, 못생겼지만 마성 같은 지성의 여자와, 조각 같은 남편의 외모가 보완적 한쌍을 이루어 사기에 최적화를 이루었나 보다. 그러나 하루키는 이 여자가 사기범이라는 사실보다 남편의 얼굴이 조각 같다는데 충격을 더 먹은 것 같았다. 그렇다 모든 것을-글쓰기와 조각 외모-다 잘할 수는 없는 법. 어딘지 모르게 이 커플은 세상 조화의 이치를 가르쳐 주는 것 같다. 마치 근력이 안되면 글력으로 어필하라는 듯. 그것도 아니면 완벽히 보완자적 배우자를 통해 어떻게든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는 듯?


생각한다. 고로 못생겼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잘생겼더라면 글 같은 것은 쓰지 않았을 텐데"라고. 글도 잘 쓰고 외모도 잘 쓰면 사기꾼일 확률이 높다. 외모가 훌륭했으면 글 같은 건 쓰지 않아도 다른 것에서 얼마든지 성공할 것이 많았을 테니까. 작가가 아니라 연예인이나 배우를 지망했을 테니까. 그래서 책 표지나 띠지에 외모를 내세운 작가는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아니 거의 사기꾼으로 본다. 그러나 작가가 너무 잘생기지 않거나 엄청 예쁘지 않으면 거꾸로 신뢰가 간다. 나는 조각 같거나 아름다운 외모의 작가의 책은 결코 읽지 않을 것이다. 다만 만나(사귀)자고 할 뿐!


비상탈출


이렇게 마무리하면 외모지상주의, 일부 그러나 대부분 작가를 모독하는 글이 될 수 있으므로 비상 탈출구를 급히 준비한다. 아무리 그래봤자 화무십일홍, 외모삼십대흥, 요즘은 의느님의 구원과 수명의 연장으로 그나마 길게 봐야 삼십 대까지는 외모로 흥할 수 있으나 그 이후에는 조각도 녹슬고 석고도 구멍 숭숭나고 만다. 그러나 이때부터 글은 점점 더 잘생겨지고 아름답게 쓰인다. 심지어 기럭지도 늘어나고 나이 들었지만 글력은 역삼각형으로 오히려 붙는다. 그러나 젊을 때 잘생겼어서 인스타에 예쁜 사진만 올리다가 못생겨진 후 뒤늦게 글력을 키우려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미리 못생긴 건 글력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키고, 안생긴 작가가 책을 지키는 법! 그러니 글을 좀 못 쓰거든 내가 소시적 좀 잘생겨서 그렇다고 여기면 된다. 오늘 글에 실망했더라도 댓글은 거부한다. 나는 좀 잘생겼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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