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외야수 엉덩이

feat 일인칭 단수 - 야쿠르트 스왈로스 시집

byEmile
야구


"재즈는 좋아하고 비틀즈는 별로면서 야구는 또 좋아한다고?" 아무리 봐도 하루키는 작가 치고는 좀 별난 인간인 듯 다. 게다가 좋아하는 야구팀이 듣도보도못한(듣보잡) '야쿠르트 스왈로우'라는 팀이다. 그러나 여기서 '야구' 이야기는 (아래 글을 이유 같은 것으로) 깊게 들어가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하루키가 알게라도 되, 주구장창(주야장천) 설명해 놓은 이 팀을 좋아하는 이유를 댕가당 잘라먹고, 그냥 이 팀은 지지리도 야구를 못하던 옛 '한화 이글스'팀과 그 팬들 같다고 퉁치는 것에 불만이 많겠지만, 야구팀을 죽자살자 왜 응원하는 이유 자체를 이해할 수 없는 나로서는 떠먹는 요구르트나 불꽃축제 명당자리 한화빌딩 앞이 아니고는, 야구는 전혀 관심사사 아니기 문이다.


야구장의 시인


그 보다 재미있는 것은 하루키가 야구를 좋아하면서도 허구한 날 지고 마는 이 경기를 보는 게 엄청 지루했는지, 야구장에 가서 하는 짓이 시를 쓰고 앉아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시의 내용은 야구 경기에 관한 것이며, 나의 초기 시집(브런치 매거진) '시라고 우기자'에 버금갈 정도로 내용은 어이가 없는 것이어서 내심 반가움에 쾌재를 불렀다. 이를테면 이런 시다.


외야수 엉덩이


나는 외야수의 엉덩이를 바라보는 걸 좋아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루하게 지는 경기를

외야석에서 혼자 보고 있을 때

외야수 엉덩이를 찬찬히 뜯어보는 것 말고

무슨 재미가 있으랴?

있다면 가르쳐주길.

(중략)


그러나 하루키도 좀 찔렸는지 "이런 걸 과연 시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시라고 하면 진짜 시인들이 화를 낼지모르고 심지어 붙잡아 전봇대에 매달지도 모르겠다"라고 했다. 그러나 시가 아니면 뭐라고 부를지 모르기에 그냥 시라고 우기며 이런 시들을 모아 '야쿠르트 스왈로스'라는 시집'도 출간한다. 하지만 대형 출판사는 현명하게도 눈곱만큼도 이 하루카의 시에 관심을 이지 않아서, 그는 거의 자비출판에 가까운 형태로 인쇄소를 운영하는 친구에게 부탁해 500부를 찍어서 일일이 사인펜으로 서명을 했다나? 하루키는 이런 걸 돈 내고 사는 인간은 어지간히 별난 인간이라고도 했다. 나도 내 시를 읽는 인간을 가끔씩 그렇게 생각한다. 오우 이걸로 공통점이 벌써 세 번째던가? 찍어낸 시집 300부쯤은 그나마 어찌저찌 팔고 나머지는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시집사(史) 새옹지마, 그 시집이 지금은 희귀한 컬렉터스 아이템이 되어 놀랄 만큼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그때 많이 찍어서 남아 있었다면 부자가 되었을 텐데, 하루키에게도 두 부 밖에 남아있지 않는다고!


래어 아이템


오오 호옥시 모르지 않는가? Emile 작가의 마약글, 저세상 시(詩) '시라고 우기자'나 'Bank시의 Vitamin시' 브런치북도 알 수 없는 조만간에 '래어 아이템'이 되어 고가에 수집될 날이 올지? 그러므로 독자들은 하루빨리 댓글을 달아 이 어이없는 시를 조기에 미리 알아본 눈썰미의 증거를 남겨야 할 것이다. 아니면 응원으로 우선 구매권을 찜하는 건 어떨까? 글도 읽고 투자도 하고, 님도 보고 아이템도 득템하고, 일석이조 무료멤버십은 바로 이런 것이다!


시란 무엇인가?


리멸렬한 야구경기도, 응원하는 팀의 잦은 패배도, 외야수의 엉덩이도, 시라고 우기면 시가 될 수 있음을, 심지어는 고가 컬렉터스 아이템이 될 수 있음을, 하루키는 진짜 시인들이 붙잡아 전봇대에 매달 위험을 무릅쓰고 몸소 보여주었다. 그러므로 무엇이라도 감정의 선을 연결해 글로 풀어내는 것, 그것이 거미의 거미줄 같을지라도, 비로서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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