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구라 하루키

feat 일인칭 단수 - 찰리 파커 플레이즈 보사노바

by Emile
연극재즈과?


지난번 하루키를 수포자 문과로 단언했지만 찾아봤더니 사실 그는 '문학부 연극과'를 나온 것으로 되어있다. 엄밀히 말해서는, "문과도 아닌데 문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같은 수많은 비 문학도에게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러나 그는 수학도 못하고, 하라는 연극도 안 하고, 문학도 아닌-음악-재즈에 심취했던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재즈바를 운영하기도 했다니, 그래서 그의 글에는-뭔 소리인지 전혀 못알아 먹겠는-재즈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찰리 브라운 파커 만년필


이번 장은 그 '재즈' 애호가로서의 '하루키'가 심취한 나머지 마구 '구라력'을 발휘한 계기가'하구라의 서막' 같은 이야기다. 일단 '찰리 파커'란 이름이 등장하는데, 그에게는 꿈에서도 나오는 전설적인 뮤지션이었겠지만, 나에게는 '찰리'는 오직 브라운'일 뿐이며, '파커'는 단지 만년필일 따름이었다.


구라 음반 평론


그래서 그가 상상력으로 구성한 '찰리 파커 플레이즈 보사노바'의 음반은 그의 과한 열정을 담아 연주되고 있었지만 나에게는 거의 '무음'에 가까웠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하루키'와 마찬가지로 이 스누피의 동반자 브라운 만년필에 꽂힌 이들이 많았는지, 발매되지도 않은 '찰리 파커'에 대한 '하루키'의 상상 음반 평론이 학보에 실리자마자 반응이 꽤 뜨거웠나 보다. 그러나 이 모든 사실이 '구라'임을 알고 항의도 제법 따뜻했는데, 이때부터 '하루키'의 '구라력'이 돋보이며 비로소 소설가로의 서광이 보였다고 짐작된다.


구라 또 구라


그런데 먼 훗 날 어느 중고 레코드 가게에 우연히 들렀는데, 아니 글쎄 대학시절 상상만 하고 구라로 썼던 '찰리 파커'의 음반이 실제 존재하고 있어서 '하루키'는 정말 깜짝 놀라게 다. "아, 여기서 눈치챘어야 하는데..." 같은 이야기를 가지고 '하루키'는 무려 두 번의 구라를 친 것이다. 대학 학보에서, 그리고 이 소설에서. 물론 그가 깜놀한 음반의 정체는 하루키의 꿈에 찾아온 요절한 '찰리 파커'의 목소리였다. 찰리는 하루키의 구라 음반평이 너무 고마워서 나타났다는, 믿거나 믿으라. 이런 구라에도 불구하고 '하루키'의 문장력이 너무나 그럴듯해서 또 보이스피싱을 당하는 결과였던 것이다.


찰리 브라운 파커 만년필
플레이보이 카사노바


비록 구라쟁이에게 속아 넘어가긴 했지만 '하루키'와는 묘하게 공통점이 존재한다. 과제로 선정된 영화를 보지도 않고-매진이어서 다른 영화를 봤지만-마치 영화를 본 것처럼 상상하여 구라평을 써내 A+를 획득한 일이나, 짧은 기간이었지만 학보에 써냈던 기사가 신입생으로서는 주목할 만한 글이었다고 이야기를 들었던 희미한 기억들이 그렇다. 하지만 '재즈'는 전혀 모르기에 이번장은 그의 상상 헌정 음반 '찰리 파커 플레이즈 보사노바'가 단지 나에게는 '찰리 브라운 파커 만년필 플레이보이 카사노바'로 들릴 뿐이었음을 순순히 인정하며, 그의 구라에 또 속은 게 분하여 '하구라 하루키'로 명명하는 선에서 이 음반의 턴 테이블을 내려놓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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