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일인칭 단수 - 크림
크림없는 크림빵도 관대하다
이번 책은 서로 연결되지 않는 여덟개의 단편이 소제목으로 이어지는데 이번 이야기가 바로 (크세르크세르) 크림많은 크림빵은 관대한 '크림'이다.
그러나 읽고 나서도 왜 이 장의 소제목이 '크림'이었는지 명백하게 기억나지 않아 다시 책을 들춰보는 해프닝을 벌인다. 내용인즉슨 어릴 적 피아노를 같이 배운 여자 아이로부터 18세가 된 어느 날 피아노 연주회 초대장을 받아서 가봤는데 글쎄 뻥이었는지 꿈이었는지 아무것도 없었다는, 기대에 비해 다소 맥주 맥빠지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뭐 모든 하찮고 시시한 것들도 인생의 '크림'이 된다나? 크림빵을 먹었는데 빵 속에 크림도 팥도 버터도 소금도 없었는데 어떻게 크림빵은 이토록 관대한지 모를 일이긴 했지만 말이다.
수포자 하루키
하지만 '크림' 말고 눈에 드는 사실이 하나 있으니 '하루키'가 바로 수포자(수학포기자)였다는 것이다. 이 낭랑 18세 때 그는 재수생이었는데 "마음만 먹으면 어지간한 사립대학은 간단히 들어설 수 있었지만, 부모님이 국립대학을 고집하셔서, 하지만 국립은 수학이 필수였는데 미적분 계산에는 눈곱만큼도 흥미가 없어서 떨어졌다"라고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하루키는 수학을 포기한 대신 문학을 극도로 추구한 지도 모르겠다. 무협지의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 같은 말이 떠오른다. 그는 역시 '문과'였던 것이다. "그래 문과가 수학도 잘하고 국어도 잘하면 (개)사기지"라고 (케토톱) 무릎을 친다. 마찬가지로 이과에 가까운데 계산도 잘하고 막 글도 잘 쓰고 이러려면 안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세상은 '크림빵'이기 때문이다. 크림빵에서 소금빵 맛도 나는것을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인생의 크림
안타깝게도 난나랑 나는 낭랑 18세 그때 수학을 포기 안 하고, 그래서 국어도 취하지 않고 한쪽에 올인하지 않아서 하루키 같은 작가가 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나도 미적분 계산은 코끝만큼도 흥미가 떨어졌지만 안 되는 '수학의 정석'을 학원까지 다니며 보충하지 않았겠니? 그래서 부자도 아닌 작가도 아닌 어정쩡한 브런치를 떠돌고 있는게 아니겠냐고라니. 그래도 하루키는 말한다. "(고라니) 고것이 고스란히 인생의 크림이 되었다고"
사족 : 고고고 이제 크림빵 사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