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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먼지라 불러 주지

날마다 날씨

by Emile

날이 풀리자 제일 먼저 먼지들이 겨울잠에서 깼나 봅니다. "그래 어째 날씨가 너무 고요하다 했어, 그냥 저절로 봄이 되는 법은 없지"


봄이 오는 것은 쉽지 만은 않은 일인가 봅니다. 추위가 먼저 갖은것을 뺏기지 않겠다고 끝까지 힘을 잔뜩 주고 있고, 먼지를 깨워서 진탕 훼방을 놓지요. 아마도 좀 있으면 바람이 세차게 시샘을 할 것이 분명합니다.

이 어찌 히어로의 성장 과정과 닮았는지요. 추위와 먼지와 바람의 세 가지 시련을 모두 통과해 낸 히어로 가지만이 봄에 비로소 새싹을 틔울 수 있는 것인가 봅니다.


먼지가 그득한 하늘은 뿌옇지만 얼핏 보면 햇빛에 반사돼 황금빛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요맘때 풍경은 나무들도 초록색을 틔우기 전 흙색이고 갈대는 그대로 황토색이라 전체적으로 톤이 맞춰진 먼지 빛을 띠게 됩니다. 그래서 한편의 그림으로 톤이 잘 어울리지요.

그래 까짓것 먼지빛이라 하지 말고 황금빛이라 불러 주기로 합니다. 그러므로 황금 먼지가 뒤덮은 날이지요. 생각만 해도 반짝이는데요. 온통 황금이라니!


"이렇게 까지 불러 주었는데 봄 즈음에는 황금빛 기운을 좀 실어다 주지 안을래?"

"먼지같이 살지 말고 너도 좀 태산같은 일을 해보렴, 이를테면 황금 같은 기회 같은걸 나르는 거지, 넌 황금 먼지니까 말이지"


황금 먼지가 말귀를 알아듣였으나요. 황금은 먼지도 춤추게 할까요?황금 같은 날들이 오겠죠. 반짝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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