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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Feb 16. 2022

인류의 미래 : 내가 배웠던 세계사는 엉터리였구나

총 균 쇠 (무기 병균 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가볍게 읽은 책 보다 무겁게 있게 읽은 책이 서평을 쓰기가 힘든 편입니다.

여기서 무거운 책이라는 것은 책의 두께와 실제 무게뿐 아니라 깊이와 감동도 의미하지요. 그런 책은 그 장대한 세계에 약간의 생각을 더 해 봤자 티도 나지 않을 것 같은 광활함이 느껴지거든요.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는 아마 그 정도의 무게를 가진 책이라고 생각되네요. 책이 쓰인 지는 이미 여러 해가 지났지만은 이 책은 그 자체로서 여러 책들과 생각의 뿌리가 되고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나 '호모데우스'를 비롯하여 제프리 삭스의 '지리, 기술, 제도' 등 수많은 책들이 '총 균 쇠'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러한 종류의 책을 읽다 보면 그 뿌리였던 이 책을 찾아 읽지 않을 수 없게 되지요.


그러고 보면 세계사 시간에 배운 인류의 역사는 참 엉터리가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대부분 역사에 대하여 배우게 되는 시간이 학창 시절이 유일할 텐데, 역사의 의미를 의문을 가지고 배우기보다는 그 정해진 사건을 단편적인 시간의 순서대로 쭉 열거한 후 외워서 시험을 치기에 바빴으니까요.

그래서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외웠던 순서가 뒤엉킬 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의미와 의문까지도 사라지게 되면서 잊히는 것인가 봅니다. 그렇게 다 배우고 끝났다고 생각했던 세계사를 나중에야 다른 책들을 통하여 접했을 때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읽히더라고요. "앗 내가 지금까지 배웠던 세계사는 엉터리였구나", "그래서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었구나"라는 탄식과 말입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도 그런 의문을 품어서였을까요? 생각해 보면 세계사의 의문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대륙과 민족들마다 문명의 발전 속도가 왜 달랐는지? 그리고 어떤 민족은 다른 민족을 지배할 수 있었고, 다른 민족은 그렇지 못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세계사를 배웠더라면 누구나 한 번쯤 품게 되는 의문이겠지요. 그런데 세계사 시간은 그런 의문갖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고, 세계사를 배웠지만 의문의 답은 주어지지 않은 채, 의문의 영향이 지금까지도 미치고 있는 현실을 살고 있으니까요. 


한때 그 의문의 답은 민족적, 인종적 특성으로 치부되었고, 제국주의의 명분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즉 뛰어난 민족이나 인종이 그렇지 못한 민족과 인종을 지배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고, 그러한 생각은 지금에 이르러서도 꾀나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민족이나 인종뿐 아니라 개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죠. 이 사회는 정말 더 뛰어난 민족이나 국가가 다른 민족이나 국가를 지배하듯, 더 뛰어난 개인이 그렇지 못한 개인들을 지배하고 있는 사회일까요?

만약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아직 세상을 덜 산 것이지요. 그렇지 않다는 것은 이제 살아보면 알게 됩니다. 마치 역사가 흘러서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의문의 바른 답을 찾게 된 것처럼 말이죠.


인류는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뛰어난 존재라는 오랜 믿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운명이란 신 앞에 무기력한 존재였고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 운명은 어떤 신의 계시가 아니라 거대한 자연환경이라는 운명, 대륙의 지리적 위치에 따른 운명, 기후의 변화와 영향이라는 운명이지요.

어쩌면 그러한 환경과 상관없이 가장 뛰어난 어떤 인류가 진화를 거듭해 그렇지 못했던 다른 인류를 정복한 것 같지만, 어떤 인류는 보다 나은 환경과 그럴 수밖에 없는 기후로 그 기회를 충분히 누렸고 어떤 인류는 그 기회를 누리지 못했고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지금처럼 기술이 전혀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그 운명의 가혹함은 훨씬 더 했을 것이고 기술이 발달한 데에도 운명이라는 환경이 많은 것을 갈라놓게 되지요.


그러한 운명 중 흥미로웠던 것은 가장 비등한 문명이 충돌을 나타낸 유럽과 중국의 문명 충돌이었습니다. 중국은 문명적으로는 유럽보다 훨씬 앞서 있었고 여러 인류의 유산과 발명품의 기원 지였지요. 그래서 다른 대륙의 충돌이라면 이해할 법도 한데 유럽과 중국 문명의 충돌에서 중국이 어이없이 무너져 내린 사건은 문명의 뛰어남과 상관없는 운명의 가혹함처럼 느껴집니다.


유럽 내의 끊임없는 분열은 외부로의 팽창이라는 운명을 낳았다면, 중국은 통일된 내부의 안정으로 오히려 외부의 팽창에는 관심이 없운명을 낳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이는 문명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불과 몇 척의 배와 총포에 의해 운명의 신이 유럽의 손을 들어주게 합니다. 이때 제국주의가 비로소 완성되었고, 지금의 세계지도가 그려진 것이라 할 수 있겠죠. 물론 중국 문명권에 속했던 우리나라도 그 운명 앞에선 벋어 날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세계지도와 지구촌이 완성된 인류는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제 지구에는 어디에도 새로운 대륙 같은 것은 없습니다. 발견할 새로운 땅도, 모르고 있던 새로운 인류도 없으니 이제 이 인류의 운명은 완성된 것일까요?

아프리카 오지에서도 휴대폰을 쓰고 이제 어느 대륙 어디에 얼마만큼의 인류가 살고 있는지도 알고 있고, 식량과 자원은 전 세계로 이동을 하며, 땅은 이제 거의 개척되었고 자원도 마찬가지이니 이만하면 대단한 성과가 아닐까요? 전쟁도 해 볼만큼 했고 전쟁이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깨우쳤으니 이제 다른 나라의 땅을 빼앗는 것은 무리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땅도 더 이상 없고요.

마치 이것은 인류의 발전 과정을 기억한다면 마치 인류의 끝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더 이상 새로운 땅도 새로운 인류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우주로 나가는 것일까요? 드디어 지구 정복을 마치고 새로운 신세계를 여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이제 과연 인류는 자연환경과 대륙의 기후적 위치 같은 운명을 극복하고 스스로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만한 지위에 오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드디어 운명이라는 굴레를 벗어나 신도 인정할 만한 능력으로 이 땅의 진정한 지배자에 오른 듯 하지요. 우주에 위성을 띄우고 우주선을 보내고 지구라는 운명의 한계를 극복한 듯 보이니까요. 그렇다면 이제 인류는 이제 민족이나 국가가 아니라 행성과 경쟁을 해야 때가 올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앞으로의 운명은 더욱 가혹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자연환경과 대륙의 기후적 위치 같은 것은 특정한 민족이나 국가에만 미치는 문제가 아닌 전 지구적인 문제니 까요. 물론 아직 국가가 중요하고 민족적 차이가 존재하긴 하지만 그 간극은 점점 줄어들고 있지요. 짧은 시간으로 보면 그렇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인류의 역사라는 긴 시간에서는 분명 그렇습니다.


인류는 이제 이 지구를 정복하고 모든 운명의 비빌을 풀어낸 듯 하지만 기후 변화라는 아주 작은 운명의 흔들림에도 엄청나게 약한 존재이지요. 대륙이 조금 흔들리고 움직이는 지진과 화산이라는 운명 앞에는 어떠한 힘도 못 쓰는 여전히 미약한 존재입니다. 대기가 조금만 구멍이 나도 잠시면 전멸할 존재이기도 하고요. 이런데 운명을 극복하였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에는 조금 이르지 않나 싶습니다. 아무리 우주와 경쟁한다고 하여도 이 지구라는 운명 앞에는 아직도 바람 앞 등불 같은 존재에 불과하니까요.


그럼에도 인류는 이 운명 앞에 계속 살아남았다는 것이지요. 길게는 진화라는 생존의 결과를 통해서도 그렇고 짧게는 전쟁의 아이러니 속에서도 그렇습니다. 죽이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살아 남기 위해서 기발한 발명품을 계속 만들어 냈으니까요.

인류는 운명 앞에서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역사라고 하겠네요.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바로 이 시행착오를 조금이나마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겠지요. 그 수많은 시행착오의 반복 끝에 아주 조금씩 나아가는 것이 인류의 역사일 것입니다. 그것이 처음 갖었던 의문의 열쇠가 될 듯싶습니다. 인류가 뛰어난 것이 아니라 수없이 반복되는 시행착오 끝에 어렵게 찾은 것이 답이 역사인듯합니다.

그것은 지나고 나면 알 수 있는 것이지요. 의문을 갖고 말이지요.


그렇다면 앞으로의 인류의 미래는 인공지능이라는 시행착오 없는 유토피아의 세계가 될까요? 아니면 거대한 환경의 변화라는 운명에 다시 맞서 싸워야 하는 디스토피아의 세계일까요? 글쎄요? 또다시 시행착오를 반복하겠죠.


총 균 쇠 (무기 병균 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한줄 서평 : 시행착오의 반복이 진화이자 역사 (2021.11)

내맘 $점 : $$$$$

재레드 다이아몬드 저 / 김진준 역 / 문학사상사 (200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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