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삭스 제도, 지리, 기술
제목에 '제프리 삭스'라는 경제학자의 이름이 들어간 것도 그렇고 '지리, 기술, 제도'라는 것도 좀 뜬금없어 보였습니다만, 아마도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를 경쟁상대로 삼은 듯도 싶습니다. 큰 제목에 따른 세 가지 키워드를 이렇게 대칭시켜 주어야 경쟁의 맛이 사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원래 제목은 부재로 붙은 '7번의 세계화로 본 인류의 미래'가 오히려 내용과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 '세계화'가 유행이 지나서 그랬을까요?
내용은 오히려 '총 균 쇠'나 '사피엔스'의 요약집에 가깝습니다. 또 다른 매칭이지만 비교할 바는 못됩니다. 그래서 앞서 그 책을 읽었다면 내용은 그리 특이하지는 않습니다만 책이 더 두껍지 않고 7가지 세계화의 요인들로 요약하였으므로 읽기는 더 쉬울 수도 있겠네요.
경제학자가 뜬금없이 인문학의 분야를 베낀 것도 같지만 마지막 일곱 번째 장 만은 새로운 내용으로 디지털 세계화의 시대를 들먹이며 불평등과, 환경오염,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하여 전쟁을 통해 인류가 멸망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지요. UN 지속발전해법네트워크의 대표라던지, IMF를 비롯한 여러 국제 자문기구의 위원으로 활동하였음으로 볼 때는 이것 마저도 다소 경제학자의 정치적 수사처럼 들리기도 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화를 이룬 7가지 요약은 잘 재구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이를 다시 요약한다면,
이렇게 '말'의 쓰임은 줄어들었지만 원래 '말'은 속도, 힘, 지구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야생마'적인 기질에도 불구하고 길들이기도 가능하여 농업뿐 아니라 목축, 광업, 제조, 운송, 통신, 전쟁, 운송, 행정 등에 두루 쓰인 엄청나게 중요한 동물이었습니다.
인간은 말을 길들이기 시작하면서 소와 더불어 더욱 강력한 농업 기반을 갖게 됩니다. 오늘날의 트랙터와 같은 농기계 역할을 바로 '말'이 하고 있었다고나 할까요? 또 바퀴의 발명과 더불어 원거리까지 사람이나 물품의 수송을 가능케 하여 산업과 운송적의 혁명을 가져온 것도 바로 '말'이었다고 할 수 있지요. 행정적인 면에서도 강력한 정치력이 원거리까지 '말'의 이동을 통해 가능하게 하였고 통신 수단도 근대의 통신 수단이 등장하기 전 까지는 '말'을 통한 전달만큼 빠른 것이 없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전쟁에 있어 '말'의 역할인데, 특히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의 역사에 있어 이 '말'의 역할은 지대하였습니다. '말'은 지구 상에 어디에나 있는 흔한 동물 같음에도 불구하고 유라시아 대륙이 주요 서식지였고 아메리카나 오세아니아 대륙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말'을 타고 공격하는 장면 같은 것은 이 대륙에 유럽인들이 들어온 후 한참 이후였다지요. 안타깝게도 아메리카 어느 지역에도 마찬가지로 '말'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유럽인들이 아즈텍 제국이나 잉카 제국에 들이닥쳤을 때 이 '말'이라는 거대한 동물을 처음 본 원주민들은 공포와 혼란에 빠졌고 허무하게 제국을 내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는 마치 이전 유럽인들이 기마 제국인 몽골 기마병의 침략에 무너졌던 것보다 훨씬 더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유럽인들은 그래도 '말'이 있었고 타보고 구경이라도 했었지만 '말'이라는 동물을 여태껏 한 번도 본 적도 없는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은 말의 크기와 빠르기, 천둥처럼 울리는 울음소리와 공격에 혼비백산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까요.
이런 '말'을 대신하여 나타난 것이 바로 산업혁명 시대의 '증기기관'입니다. 그래서 주요 동력의 크기에 여전히 '마력'이라는 수치를 사용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증기기관'은 말을 대신한 두 번째 '마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거꾸로 '말'은 증기기관이 발명되기 이전의 증기 엔진이었으며, 기관차였고, 자동차였으며 탱크였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렇게 '마력'은 위의 일곱 가지 글로벌 혁명 중 무려 두 가지를 차지합니다. 첫 번째는 원래 '말'의 '마력'이 그랬고 이이 '말'을 대신한 '증기기관'이 두 번째 '마력'이었다고 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렇다면 다음의 '말', 세 번째 '마력'은 무엇이 될까요? 일곱 번째 혁명이라고 말한 '디지털' 기술이 될까요? 아니면 요즘 각광받고 있는 '인공지능'이 그 자리를 차지할까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말'이나 인간의 힘을 대신하거나, '증기기관'으로 대체된 어떤 '동력'이었다는 점에서 세 번째 '말'은 바로 '로봇'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그것에 '디지털' 기술도 필요하고 '인공지능'에 기반한다면 더욱더 엄청난 혁명을 가져오겠지만 '인공지능'에 따라 움직이는 로봇이 꼭 아니더라도 아직 인간의 동력을 대신할 분야는 무궁 무진하니까요.
인간의 노동력을 '말'이 대신했고 마력을 증기기관이 대신했다고는 하지만 인간의 노동력은 여전히 중요한 자원이기도 아고 인간의 시간의 대부분이 이 노동에 붙잡혀 있습니다. 증기기관과 디지털 혁명으로 인간의 삶이 향상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인간은 '말'처럼 일하고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말'은 쉼을 얻은 것인지 모르겠네요.
'로봇'의 쓰임을 생각하다가 문득 반려견의 응가를 치워주고 있는 인간을 발견합니다. 인간의 노동력은 심지어 반려견을 돌봐주고 산책시켜주고 응가를 치워주는데 까지도 동원되고 있네요. '말'의 동력을 '증기기관'이 대체하고 '디지털'시대에 살고 있다지만 여전히 '말'의 응가도 치워주는 노동은 인간이 하고 있을 것입니다.
인간은 과연 반려견을 돌봐주는 '로봇'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반려견의 응가를 대신 치워주는 '로봇'말이지요. 그러면 이제 반려견을 키워 볼 용기를 내 볼 수 있으려나요.
그런데 반려견은 과연 '로봇'의 돌봄을 수용할까요? 응가를 치워주는 것 정도는 인정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로봇'을 반려견은 자신의 서열의 위에 둘까요 아래에 두려 할까요? 혹 반려견이 로봇과 서열을 다투다가 망가뜨리거나, 반려견과 로봇이 싸우지는 않을까요?
여하튼 세 번째 마력은 로봇의 혁명이 될 것 같습니다. 로봇이 큰 힘을 쓰는 데 쓰이는 것도 좋지만 반려견도 좀 돌봐주고 응가도 치워 줄 수 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