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나무 꼭대기에 아무개 팬티가 걸려있네"
저 높이 전깃줄에 연 같은 것이 걸려있는 것을 보니 문득 이 노래가 생각납니다. 그런데 아무리 되새겨도
미루나무에 진짜 걸려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가사가 생각나지 않고 아무개의 이름을 넣어서 놀리던 저 문구만 생각난단 말이죠. 그렇다고 걸려있던 것이 연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바람은 낭만적인 미루나무도 아니고 뽐새 없는 철제탑의 전깃줄에 걸린 연이 안타까웠는지 날려 보내 주겠다며 바람을 힘껏 불어줍니다. "이러다 연이 아니라 내가 날아가겠어" 그러나 연은 꼼짝도 하지 않고 바람에 펄럭이기만 하지요. 바람의 응원소리에 기분이 좋은 건지 연 꼬리만 살랑거리며 말입니다.
연은 날아갈 생각이 아직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연 주인이 이미 떠나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는 것도 같고, 아직 날이 차고 구름도 있으니 좀 더 따뜻하고 맑은 날에 몸을 띄워볼 요량인 것도 같네요. 다만 바람만이 안타까움에 더 세차게 부채질을 하고 있지요.
연은 더 멀리 날기 위해 기운을 가다듬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여기 바로 보이는 강 너머가 아니라 이왕 실타래도 풀렸겠다 저 넘어 바다까지 가볼 꿈을 꾸고 있는 듯 하지요. 웬만한 바람으론 강을 건너는 것도 요원할 텐데 그렇게 멀리까지 가려면 태풍을 만날 정도의 오랜 기다림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바람의 재촉일량 그냥 연 꼬리를 살랑거림으로 웃어넘기나 봅니다.
하는 수 없이 미루나무에 걸려있던 것을 찾아보았습니다. '조각구름'이었네요. 연만 한 작은 조각구름일까요?
지금은 전깃줄에 걸린 작은 연이지만 조각구름처럼 멀리멀리 날아가 바다를 보게 될 꿈을 응원해 보는 것이지요. 연이 구름이 될 그날요.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