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크림과 구름 팩

날마다 날씨

by Emile

계절이 바뀌어가서 그런지, 날씨가 건조해서 그런지, 몸이 간지럽습니다. 발로 벅벅 시원하게 다리를 긁었다가 이게 무슨 강아지 같은 짓인가 싶어 후회하고 빨갛게 줄이 간 곳에 바디 크림을 찾아 발라주지요. 바디 크림은 사람답게 앞발로 발라 줍니다.


몸뿐만 아니라 날씨도 요사이 건조함의 극치였지요. 날씨도 그렇게 강아지처럼 뒷다리로 벅벅 긁었다가 빨갛게 줄이 간 산불을 내기 일수였나 봅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비가 내려 땅도 나무도 바디 크림을 바른 듯 촉촉해진 것 같아 다행이지요.


건조했던 지면도 그렇게 비가 내려 촉촉하게 젖었다가 마르니 오늘은 내딛는 걸음마저 촉촉한 듯 하지요. 마치 마스크팩을 한 후 촉촉해진 피부 같은 대지입니다. 모처럼 촉촉해진 땅을 이렇게 함부로 밟아도 되나 싶지요.


대지는 봄비 크림으로 얼굴을 깨끗이 닦고, 촉촉한 구름 팩을 이미 마침 모양입니다. 그래야 봄의 촉촉하고 뽀얀 얼굴을 곧 드러낼 수 있을 테니까요. 그 위에 초록잎 머리띠를 하고 분홍 꽃잎 귀걸이를 할 계획인 듯싶네요.


그러고 보니 집에도 어디 꼼춰둔 마스크팩이 있었는데 저도 얼굴에도 촉촉함을 줘봐야겠습니다. 이제 다 마스크를 벋고 맨얼굴로 다녀야 할 날이 갑자기 올지도 모르니까요. 대지는 저렇게 준비를 마쳤는데 뒤지고 있을 순 없으니까요.


마스크로 가렸던 얼굴을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왜 부끄러워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스크를 썼다고 그동안 너무 신경을 쓰지 않아서 일까요? 그러니 대지처럼 봄비 크림을 바르고 구름 팩을 좀 해봐야겠지요. 그러면 어딘가 초록잎 머리띠를 한 분홍 꽃잎 귀걸이가 봄 바람처럼 스쳐 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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