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부는 비례할까요? 경험상으로 볼 때 그렇지는 않은 듯합니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는 하지만 아는 것이 병일 때도 있으니까요. 부에 관련된 것은 특히 그런 듯합니다. 아는 것이 병이라고, 여기저기 안다고 투자를 벌였다가 오히려 병을 키우기도 하니까요. 이럴 줄 알았다면 차라리 모르는 게 나았다고, 아무 데도 투자하지 않는 게 나을 뻔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도 금융 상품에는 일절 관심도 갖지 않고, 위험하다고 생각했는지 주식에 손도 안 대던 후배가 착실히 돈을 모아 한번에 부동산에서 성공한 것을 보면 아는 것과 부는 절대 비례하지 않음을 실감하곤 합니다. 세계 최고의 부자들은 절대 부에 관하여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은 아닙니다. 오히려 빠르고 뛰어난 감각으로 부를 낚아채는 부류일 가능성이 높지요. 부에 대하여 가르치고 있는 교수님들은 아는 것은 제일이지만 의외로 투자에 실패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그래서 아는 것과, 심지어 알고 가르치는 것과, 부는 비례 한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부에 관한 책의 저자들은 진짜 부자가 아닌 경우가 많을 것이지요.
그렇다고 하면서 부에 관한 책들은 왜 계속 읽어가며 이런 앎을 계속 더 추구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미 아는 것과 부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절감할 만큼 호되게 당하고도 말입니다. 미련이 남아서 일까요? 바보 같은 반복일까요? 그것은 어떤 불안감에서 출발한다고 봅니다. 뭔가 이 부의 트렌드, 그 흐름에서 소외되어 버리면 뒤떨어져서 벼락 거지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말입니다.
이런 불안은 한때 정말 단순한 불안에 불과했습니다.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알 필요도 없이 편안히 잠을 자면 그만이었습니다. 가끔 불안감이 꿈에 나타나기는 했습니다만. 그러나 이 나이트메어는 현실이 되고 말았지요. '부동산 혁명'이 그 예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아파트 혁명'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만, 이것을 굳이 '혁명'이라고 이름 붙인 데에는 이 혁명을 통하여 실제로 신분이 뒤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정확히 아파트를 소유했느냐 그렇지 못했느냐에 따라서 이 부의 트렌드, 그 흐름에서 소외되어 버리고 뒤떨어져서 벼락 거지가 되어 신분이 밑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했기 때문이지요. 물론 그러지 않았다면 '혁명'에 버금가는 신분의 상승을 누렸을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포모(FOMO ; Fear Of Missing Out Syndrome) 증후군이라 불릴 만큼 대대적 사회적 현상을 나타내는 듯합니다. 원래는 세상의 흐름에 편승하지 못하고 자신만 소외된 것 같은 공포를 의미하였으나, 이 증후군은 소셜 미디어에서의 소외 공포를 넘어 이제 부의 세계에 상륙한 듯합니다. 즉 다른 사람은 다 누리는 좋은 투자기회를 나만 놓치고 있는 것 같은 불안감이지요. 부동산뿐만 아니라 흔히 투자하는 주식시장에서, 그리고 나아가서 가상화폐의 시장에서 이 증후군은 심화되기에 이릅니다. 메타버스나, 대체불가능토큰(NFT ; Non Fungible Token)의 세계에서도 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지요. 한편으로는 이런 포모 증후군을 교묘히 이용하여 그곳이 함정임을 알고도 뛰어들 수밖에 없는 환경을 유인을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예전 같으면 단지 기회의 상실에 불과했으나 이제 기회비용이 되어서 그 비용을 청구하기에 이릅니다. 부동산 혁명이 그랬었고 이제 이 공포는 가상화폐 시장을 통하여 다시 한번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요. 이 불법이라고 하기도 하고, 사이비 종교라고도 했던 화폐가 어느 날 갑자기 합법이고, 공인된 종교로 승인을 받는 날이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날에 그 화폐를 만약 나만 갖고 있지 않는다면 아파트를 갖고 있지 않은 것과 같이 갑자기 벼락 거지가 될 가능성이 꽤 높아 보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꼭 갖고 있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그것이 없음으로 말미암아 상대적인 빈곤에 처할 위험이 높기 때문입니다. '혁명' 이후 집을 사려 했더니 너무 가격이 높아 살 수가 없게 된 것처럼 가상화폐도 공인된 이후에는 가격이 너무 비싸 접근하지 못하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럴 경우 아파트와 공식적으로 교환되었던 화폐의 가치가 형편없이 떨어져 버린 것처럼, 가상화폐와 이제 공식적으로 교환되게 될 기존의 화폐의 가치는 형편없게 될 것이겠지요. 즉 아파트와 가상화폐는 그대로인데 그것과 달리 우리가 믿고 있던 기존 화폐의 가치 하락으로 말미암아 벼락거지가 될 위기를 다시 맞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날로 심화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시대에는 그러할 확률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다행히 여기 '부의 시그널'에는 그러한 공포까지는 주지는 않고 있는 듯합니다. 벼락 거지가 될 것이라기보다는 예측이 어렵다고 그래도 미래를 포기하지 말라며 버블을 대비해서 미래의 시그널을 찾고, 거인과 같이 올라탈 기업을 찾으라고 말하지요. 그리고 아는 만큼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하지요. 그래서 설명이 아주 친절하고 부드럽습니다. 내레이션처럼 오늘 선택만 잘하면 미래의 부를 움켜 줄 수도 있을 것 같지요. 그렇다고 여전히 이 책을 읽는다고 부자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다시피 부에 대해서 아는 것과 부는 비례하지 않으니까요. 예측은 언제나 그렇듯 오히려 벗어나기 일수고, 버블은 생각지 못한 순간 가장 그렇지 않을 것 같을 때 꼭 터지지요. 거인과 같은 기업은 올라탔다가는 훅 밀어 떨어뜨려져 지옥을 맛보기 일수며, 때로는 교통사고에서 잠들었던 사람이 제일 덜 다치는 것처럼 아예 위험을 모르는 게 피할 수 있는 길일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부에 대한 책은 왜 자꾸 읽을까요? 뭐 그렇다고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고 그래도 뭐라도 해 보긴 해야 해서 일까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어느 정도 그런 것 같습니다. FOMO의 불안감일 수도 있고 부자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벼락 거지가 되지 않기 위해서지요. 그렇다고 모르는 것과 부가 비례하지도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더 많이 안다고 부자가 되지는 않지만 더 많이 안다고 포모를 내세워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유인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이죠. 이를테면 펀드에 돈을 넣어 놓으면 가장 부에 대하여 잘 안다고 하는 펀드매니저가 투자를 해주고 금방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 그 성과는 랜덤 합니다. 시장이 좋으면 좀 더 나은 성과를 얻고 시장이 나쁘면 펀드매니저가 부에 대하여 잘 알고 모르고를 떠나 그냥 망하는 거지요. 차라리 그러느니 부에 대하여 조금 덜 알더라도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 낫습니다. 그것은 적어도 자기가 선택했기에 그 책임과 영광도 온전히 자신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부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은 자기의 선택을 위한 앎이라 할 수 있겠네요. 다시 말하지만 그 앎이 절대 부와 비례하지는 않습니다만 FOMO의 함정에 유인되지 않고 그 선택을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돌려주기 위한 행위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