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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Mar 30. 2022

비가 오니 나만 빼고 모두 축제로구나

날마다 날씨

비를 피해 나섰는데 비가 옵니다. 좀 더 서두르거나 좀 더 늦었어야 했는데 비를 딱 만나게 되었다고 투덜거리지요. 그런데 우리는 비가 와서 다 좋은데 싫은 건 너뿐이라는 듯 땅바닥의 낮은 풀잎들이며, 거기서 삐져나온 새싹들이며, 피어날까 말까 하는 꽃송이들이며, 그리고 하늘을 향해 높이 손 벌린 나뭇가지들 모두 기쁨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지요.


"어이없네, 나만 이 비가 싫은 거였어?"


그냥 나서려다 만일을 대비해 우산을 챙겨 와서 망정이지 비를 그대로 맞을 뻔했습니다. 대신 비는 시비 걸듯 우산을 북 치듯 투둑투둑 쳐 댑니다. 그러더니 보란 듯이 모닥불을 피우듯 타닥타닥 더 세게 내리지요. 그러더니 급기야 소금을 촤악촤악 뿌리듯 비를 마구 뿌려 댑니다. 비가 싫다고 투덜거렸던데 대한 반발인 듯 말이지요.


하지만 나만 빼고 비가 좋은 아우성 쟁이들은 무슨 비를 이렇게 뿌리는 둥 마는 둥 내리냐고 목소리를 높여서 기우제를 부르는 듯합니다. 나에게는 세찬데 풀잎들이며, 새싹들이며, 꽃송이들이며, 나뭇가지들에게는 이 비가 그리 성에 차지 않나 보네요. 그 사이로 나만이 노랫소리인지 시위 소리인지를 외면한 채 걸음의 속도를 높이지요.


담장을 감싼 손바닥 같은 잎사귀 들은 평소 햇살을 향해서였던지 손바닥의 방향이 질서 정연 합니다. 활짝 손을 벌여 비가 오라고 우레와 같은 박수라도 칠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손을 오므려 손 접시를 만들고 빗물을 가득 담을 요량인가 봅니다.


한쪽에는 비가 올 줄 알았는지 화분에 담긴 식물들을 밖으로 꺼내놓아 비 샤워 준비를 이미 마친 모양입니다. 샤워하며 콧노래를 부르는 건 또 무슨 경우일까요?


"그냥 물 주는 것과 빗물을 주는 것이 차이가 있는 것인가?"라고 물어봅니다.


"바보 같이 그냥 물 먹는 것과 술 먹는 것이 같냐?"라는 대답이 돌아오지요.


"어라 빗물은 술인 거야? 살다 살다 처음 듣는 소리일세" 어이가 없습니다.


"그래 막걸리 인지 소주인지는 모르겠지만 흠뻑 먹고 취하렴" 어머나 그럼 비를 맞고 있는 애들은 비 올 때마다 항상 취해있던 건가 봅니다. 이런 음주 식물들 같으니라고요.


비가 바람과 함께 불어오자 우산을 기울여 술이라고 권하는 비를 애써 피해 봅니다. 나무들은 바람의 반주에 맞추어 싸아싸아 합주를 하며 이제 춤까지 추지요.


"몸까지 흔드는 걸 보니 아주 바람이 났구먼!" 음주가무가 따로 없을 소입니다.


"어여라 비가 오니 나만 빼고 모두 축제로구나!" 나는 식물이 아닌가 봅니다. 이 비가 축제가 아닌 걸 보면요.


"그래 너희들은 축제를 즐기려무나!" 가뜩이나 목마른데 봄비가 술처럼 내려 주니 어찌 축제하기 딱 좋은 때가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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