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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Mar 31. 2022

천둥벌거숭이 꽃들에게

날마다 날씨

올해는 봄이 더디 오는 것 같습니다. 3월이 다 가도록 아직 꽃이 활짝 피지 않았거든요. 작년 이맘때쯤이면 벌써 활짝 피어났을 꽃들인데 말이죠.


그래서 아직 꽃들은 천둥벌거숭이입니다. 개나리는 개다리를 짚고 여기저기 불쑥불쑥 나타나지요. 그렇다고 아직 샛노랗지도 않고, 꽃잎도 열린 것 다문 것 위를 보도 있는 것 아래를 보고 있는 것 다 제각각입니다. 벚꽃은 또 어떻고요, 긴 머리도 아닌 단발도 아닌 어중간한 머리 꼴을 산발을 하고는 어색한 화장을 처음 한 듯 촌티가 줄줄 흐르는 듯 하지요. 목련꽃은 이제 제법 우아한 자태를 뽐내야 맞는데 우아하기는커녕 천방지축 제멋대로 인 데다가 어른 옷을 훔쳐 입은 듯이 아직 맵시가 나지 않네요.


그래도 천둥벌거숭이 꽃들은 아직 어색하지만 어딘지 모른 풋풋함이 느껴집니다. 한편으로는 봄이 더디 와서 꽃이 빨리 폈다 지지 말고 좀 더 이렇게 발랄함을 뽑내 주길 바라기도 하지요. 천둥벌거숭이들은 알기나 할까요? 이제 조금만 있으면 화려하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한눈에 시선을 받을 거라는 것을요. 그리고 그 시간은 짧고도 짧아 그 꽃도 금방 지리라는 것을요.


어쩌면 3월 마지막 날은 천둥벌거숭이로 지내는 마지막 날일 수도 있겠네요. 아쉬움은 항상 꽃을 더 활짝 피우기 위한 그리운 때 같은 것이겠지요. 그때가 천둥벌거숭이였더라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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