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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Apr 09. 2022

늦게 뜨는 해

날마다 날씨

아침에 일어나 보니 새벽에 비가 다녀갔는지 아직 하늘엔 구름이 가득합니다. 마치 해가 일어나지 않고 늦잠을 잔듯한 하늘인가 싶었는데, 이제야 비로소 해가 눈을 뜨네요. 그래서 이른 아침도 아닌데, 뜻밖의 일출을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려봅니다.


특히 떠오르는 해와 구름이 교차하는 그 순간은 극적이기까지 합니다. 무대가 열리고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 같기도 하고, 영화가 시작되기 전 어둡다 스크린이 빛나는 순간 같기도 합니다. 구름에서 해로 갑자기 주인공이 바뀌는 반전 같기도 하고, 오해를 푼 사랑의 터닝 포인트 같기도 합니다.


때론 출발이 늦을 때도 있지요. 늦게 뜨는 해처럼 말입니다. 새해의 일출처럼 환호 속에서 떠오르는 해도 있지만, 오늘처럼 구름에 가리어져 늦게 뜨는 해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늦게 뜨는 해는 일찍 뜨는 해 보다 더욱 밝게 빛나지요. 왜냐하면 이미 높은 곳에 떠 있는데 잠시 구름에 가리어져 보이지 않았을 뿐이니까요.


늦게 뜨는 해라도 해는 해이죠. 내리는 비에 아예 안 보인다 해도, 구름 뒤에 가리어져 있어도, 늦게 뜬다 해도, 심지어 어두운 밤이라 사라져 버린 듯해도, 늦잠을 자서 늦게 출발했다 해도, 당신의 해는 여전히 밝게 빛날 것이지요. 단지 늦게 뜨는 해일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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