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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Apr 10. 2022

오버 페이스

날마다 날씨

다리가, 다리가 벌써 후들후들 거립니다. 가까스로 올라갈 수는 있겠는데 내려올 수는 있을까요? 좋은 날씨에 꽃도 보고 산도 타고 임도 보고 뽕도 따기 위해 나섰지만 생각처럼 다리가 움직여주질 않네요. 그래서 임과 뽕은 포기입니다. 게다가 오르막길은 오랜만이라 낑낑거리기 까지 합니다. 다리는 이건  "오버 페이스야"라고 투덜대긴 했지만 아무것도 들지 않은 팔과, 따스해진 등과, 꽃들에 심취한 머리는, 모두"괜찮아"라고 하지요. 덩달아 햇살도 오버 페이스입니다. 기온이 한껏 올라 마치 "봄을 마음껏 온몸으로 만끽해!"라고 하는 것 같지요. 화답의 표시로 겉옷을 벗어 항복을 합니다.


그래 봤에베레스트를 오르는 것도 아니고 등산복을 입은 것 아니지요. 길은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고 강아지며 아이들이며 외국인들까지 가득한 이 험준한 코스는 에베레스트남산 입니다. 다리가 충분히 후들거려서 흔들 다리가 필요 없고 정상에는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커다란 타워 정산석이 하늘만큼 뻗어있는 영험한 꽃산이지요. 점점 더 불어나는 인파를 피하여 오전에 이 등정을 마치는 것이 오버페이스의 이유이자 목표입니다. 그러면서도 꽃도 봐야 되고요 임은 아까 말했듯이 포기고 뽕은? 내려가면 짬뽕을 먹을까 봐요.


오버 페이스 날씨에 오버 페이스 걸음을 걸었더니 온 몸이 나른하고 이제 같은 건 쓰기 귀찮아집니다. 좋은 날에 좋은 햇살에 좋은 꽃에 좋은 휴일을 취하니 한껏 방종해진 거지요.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았으니 "글도 좀 오버 페이스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투덜댔던 다리가 반격을 합니다. 아까 "괜찮아"를 외쳤던 손과 머리와 가슴도 좀 일을 하라 하지요. "하루에 한편도 쓰기 힘든데 무슨 소리냐고요?" 글쎄요 과연 오늘은 글도 오버 페이스로 한편 더 써 볼 수 있으려나요? 일단 밥 먹고 생각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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