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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Apr 11. 2022

속도위반

날마다 날씨

'속도위반' 만히 생각해 보면 이 표현은 누가 처음 썼는지 몰라도 기가 막히게 잘 가져다 쓴 듯합니다. 물론 여기서 '속도위반'이란 교통 속도위반 아니고 결혼 속도위반이지요. 한때는 이 표현은 민망하기도 하고 뭔지 모를 배신감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 것 같아 그랬고, 확실히 '위반'이라는 위법성의 느낌을 주어 뭔가 잘못한 듯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위반 딱지를 막 끊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그러나 돌이켜 보면 너무 사랑해서 그랬을 수도 있고, 시간이 급해서 일 수도 있겠네요. 아직도 이러쿵저러쿵 딱지를 붙일 수도 있지만, 얌전한 고양이가 어디 있겠으며 '속도위반'이라고 반대할 수도 없이 어차피 축복해 주어야 할 일이었니까요.


'속도위반' 오늘은 햇살이 '속도위반'을 하는 날처럼 보였지요. 기온이 뜨겁게 훌쩍 올라 갑자기 여름으로 내 달릴 것 만 같은 날이었으니까요. 피어나는 꽃들이 너무 사랑스러워서도 그렇고, 봄이 더디게 와 꽃을 피울 시간이 급해서 그랬을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벌써 덥다고 이러쿵저러쿵할 수도 있지만, 얌전할 리 없는 바람이 이따금 시원하게 꽃잎을 날려주어 더없이 아름다운 날이었지요. '속도위반'이라고 나무랄 수도 없이 더없이 축복하는 듯한 꽃비 내리는 봄날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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