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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Apr 12. 2022

핑크빛 머리 염색의 시절

날마다 날씨

혹 머리 염색을 해보셨나요? 문득 '노랑 머리'란 영화가 생각나는군요. 아니요 '빨강 머리'였을 라나요? 여하튼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는 말도 있었지만 한때 머리가 노랗거나 빨가면 아예 짐승 에도 끼기 어려운 세상이었지요. 세상이 좋아져서 금발도 할 수 있할 수 있고 온통 원하는 머리색을 할 수 있는 첨단 과학기술의 혜택이 눈앞에 왔는데 왜 이를 그렇세 배척하였을까요? 마치 상투를 자르는 단발령에 준하는 결사 항전의 정신으로 머리에 물들이는 것을 싫어했던 때가 있었더랬니다.


그래도 대학 때는 모처럼 자유와 낭만의 시절이라  머리에 염색을 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면접을 보러 가야 하는 때가 되면서 다시 검은 머리 짐승으로 역염색을 해야 했지요.

놀라운 것은 직장에서도 한때 염색을 했었다는 것입니다. 무슨 결기였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머리색이 어떻든 학생은 공부만 잘하면 되고 직장인은 일만 잘하면 된다는 주의였으니까요. 이제는 흰머리를 감출 겸 염색을 가끔 하곤 하지요.


자유 인생인 것 같지만 이렇게 사실 머리색 하나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습니다. 학생일 때는 학주(학생주임)의 감시를 피해서 머리 염색은커녕 거의 빡빡이었고, 그러다 군대에 가니 머리를 길러볼 틈도 없이 또 빡빡이 되었습니다. 직장에서도 노랑머리나 빨강머리는 단두대감이지요. 겨우 티가 나지 않는 진한 갈색이 그나마 선택할 수 있는 한계였던 것 같네요. 그러다 좀 밝은 갈색으로 색깔이 나와버리면 여지 없이 눈치를 받아야 했습니다. 결국은 머리색의 자유를 얻는 것은 흰머리가 치렁치렁해서야 가능할 듯싶지요. 그러나 노랑, 빨강을 선택하기엔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게될 것입니다. 그나마 물들일 머릿숫이 남아 있으면 다행이겠네.


나무들은 간만에 핑크빛으로 염색을 했는데 머릿속에서는 벌써 래의 녹색머리가 자라나고 있는 듯 보이네요. 머리를 화려하게 염색했다가 애매해질 때가 바로 검은 본래의 머리가 자라날 때지요. 핑크빛 꽃잎들 사이로 녹색 새싹들이 자라나는 모습이 꼭 염색한 머리색에 본래의 머리가 자라나는 듯 보이네요. 그러므로 이 핑크 빛 염색이 가능했던 청춘도 얼마 남지 않은 듯합니다.


게다가 시커먼 구름이 몰려오며 바람이 휘몰아치는 것이 꼭 국은 학생주임이나 인사팀장한테 걸려서 핑크머리색을 날려버리겠다고 달려오는 듯 느껴지네요. 기어이 내일이면 비를 퍼부어 핑크빛 머리는 하나도 남김 없이 잘라내 원래의 녹색 머리만 남길 것 같습니다. , 렇게 봄이 가버리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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