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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Apr 15. 2022

봄에 마지막으로 떨어지는 낙엽

날마다 날씨

하늘에서 홀연히 무언가 떨어지는 듯싶어 눈길이 쭉 따라갔더니 다 메마른 낙엽 한 잎이네요.

낙엽이라면 서로 내리려 한다는 영광스러운 가을도 마다하고, 매서바람과 눈의 무게 때문에 견딜 수 없다는 차가운 겨울에도 굴하지 않고, 꽃이 피었다가 지는 것을 다 지켜본 후 가장 좋은 봄날을 골라 이렇게 늦게 떨어지려는 낙엽의 사연이 궁금하지요.


낙엽은 람이 불어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이 가장 좋은 봄 날을 기다렸다 드디어 손을 놓기로 결심한 듯합니다. 언제까지나 가지 끝에 매달려 남아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제 꽃 뒤로 찬란히 피어날 새 잎들을 위해 자리를 기꺼이 양보하기로 한 것이지요. 다만 오래오래 나무 곁에 있고 싶어 했던 잎이었나 봅니다. 아니면 나무가 끝까지 붙잡고 싶어 했던 잎이었을 수도 있겠네요.


비록 이제 메마르고 쭈글쭈글해져서 바래다 못해 흙 잎이 되었지만, 한때는 푸르름이 마지막 잎새에 걸맞는 희망처럼 빛났었지. 가장 오래 사랑하고 가장 길게 의리를 지킨 불굴의 잎이었을 것입니다. 햇살도 가장 좋은 날 마지막 낙엽에 경의를 표하듯 화창하게 빛나고 있었지요. 바람은 잠시 멈춰 그가 조용히 내려올 수 있게 숨 죽이고 있었습니다. 그 뒤로 새잎들이 다시 희망으로 피어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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