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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Aug 14. 2022

컬렉터가 되고 싶어졌다

가난한 컬렉터가 훌륭한 작품을 사는 법

'가난한 컬렉터'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요?

역시 의심대로 가난한 컬렉터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가난'하다고 할 때 이 컬렉터가 상대적으로 다른 '부자' 컬렉터에 비하여 가난하다는 뜻 일뿐, 먹고살기 힘든 마당에 '그림 같은 작품'이나 사 모으고 있을 일은 아니니까요. 그래도 저자는 조금 가난한 듯 보이긴 합니다. '가난'은 난해한 미술품을 고르는데 분명히 부자들보다는 '신중'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래도 책을 읽으면서 잠깐 멋진 상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부자'가 되면 어디다 돈을 쓸까 별로 목표가 생기지 않는 참이었는데 집안을 훌륭한 미술품으로 장식하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냥 그저 그렇게 큰 집 말고, 엄선된 컬렉션으로 구성된 갤러리 같은 집이야 말로 죽기 전에 한번 살아봐야 하는 집이 아니겠습니까? 별로 물욕이 없었을 때 인간은 의욕도 떨어지는 반면 물욕과 더불어 아드레날린이라는 욕망도 증가하는 법이니까요. 그래도 저자가 수집한 컬렉션은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돈'을 주고 사 모으는 것이 아니라 '돈'을 주며 가져가라고 해도 가져올까 말까 한 것이었지요. 단지 책으로만 만나는 '감상'은 괜찮았다는 점에서 '안목'간에 타협을 마무리합니다.


미술의 세계가 불분명하고 거의 '사기'에 가까운 만큼 '컬렉터'의 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술품의 세계는 한마디로 '주식'의 세계보다는 '코인'의 세계와 가깝다고나 할까요? 규칙은 없고 거래만 존재한다는 사실이 훌륭한 작품을 사는 법이라고 저자는 친절히 가르쳐 줍니다. 그리고 이해한다고 작품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라네요. 저자의 컬렉션이 마음에 썩 들었던 것은 아니었던 이유입니다. 이해가 아니라 컬렉션 또한 '돈'이 될만한지 감각적으로 느껴야 합니다. 미술계에서 누구와 어울리고 갤러리스트를 잘 알고 있는 것도 중요합니다. 모든 '부가가치'에서 그렇듯 '정보'가 곧 '돈'이 되기 때문이죠. 


금융시장에서 특정한 종목을 테마를 삼아 밀어 올리듯이 미술계에서도 특정한 작가의 작품을 밀어주면 가치는 오르기 마련입니다. 특히 특정 작가의 작품 하나가 고가에 거래되면 나머지 작품들도 덩달아 가격이 뛰어오르는데 이는 거의 자전 거래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모든 거래에서 그렇듯 이러한 작품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될 성싶은 작가의 작품의 초기 작품들이 나올 때 그것을 구분해 낼 수 있는 '선구안'인 셈이죠. 그러나 이것 역시 지식이나 이해가 높다고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뻔하지 않은 불편한 작품이라서 가치가 올라가기도 하고 오히려 '걸작'은 그 가치가 이미 반영돼 샀을 때 '호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컬렉터는 돈에 너그러워져야 한다는데 있어서 가난한 컬렉터는 훌륭한 작품을 사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 작품의 컬렉션에서 저지른 실수의 결과물은 그저 집 벽에 걸어두면 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컬렉터는 미술품을 비싸게 되팔려는 자가 아니라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지요. '돈'을 목적으로 가 아니라 저처럼 부자가 되었을 때 집을 갤러리로 꾸미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이를 닦을 때, 점심을 먹을 때, 침대 머리맡에서 항상 훌륭한 '작품'을 감상하며 흐뭇해 마지않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난한 컬렉터'란 역시 존재하기 힘들지요. 미술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란 이미 마음에 그럴 만한 여유가 있는 부자이거나, 아니면 적어도 몸이 실제로 '부자'인 사람들이니까요. 훌륭한 작품이란 그런 컬렉터의 시선 속에만 보이는 벌거벗은 임금님의  옷처럼 빛을 발하며 감탄해 마지않는 것이니까요


가난한 컬렉터가 훌륭한 작품을 사는 법 (A Poor Collector's Guide to Buying Great Art)

한줄 서평 : 가난한 컬렉터가 있을까요?

내맘 $점 : $$$$

엘링 카게 지음 / 주은정 옮김 / 디자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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