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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Aug 27. 2022

마약이 필요해

feat book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이 책이 나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읽었었는데,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마약처럼 끌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마약도 아닌 책에 불과한데도 뭔가 마약을 흡입하듯이 조심스럽게 흡입했었지요. 제목은 그냥 '마약책'이라고 불렀고 주위에 조심히 '마약책'을 읽고 있다며 권했더니 호기심 반 의심 반 눈초리로 바라보곤 했습니다.


일찍이 마약을 처음 접한 것은 중고딩때 였습니다. 학교 앞에는 떡볶이 집의 상호는 기억나지 않지만 '마약 떡볶이집'이라고 불리는 떡볶이집이 있었습니다. 물론 먹어도 먹어도 계속 생각난다기에 붙여진 이름이었지만 순진하게도 그때는 정말 떡볶이에 진짜 마약을 넣어서 그 떡볶이를 끊을 수 없다는 소문을 어느 정도 믿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고딩을 벗어난 이후에는 그 '마약 떡볶이 집'을 더 이상 찾지 않은 것으로 보아 떡볶이에 마약을 너무 조금 넣어서 중독이 덜 했거나 자연스레 마약을 끊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연예인이나 재벌집 자녀들만 하던 마약이 일반인에게도 흔하게 퍼지고 있다는 뉴스를 보니 불현듯 마약 생각이 디시 떠올랐습니다. 잊었던 그 '마약 떡볶이'를 다시 먹고 싶어진 것이지요. 하지만 지금은 그 '마약 떡볶이집'은 없어졌겠죠? 세월이 얼마인데, 분명 마약 들어간 떡볶이를 팔다 구속되거나 마약의 공급이 어려워지며 예전처럼 떡볶이 맛이 없어지며 폐업을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다음 마약이었던 이 '마약책'이 기억난 것이지요. '마약책'의 장점은 대마, 아편 코카 같은 천연 마약과 히로뽕(필로폰). LSD, 엑시터시 같은 합성마약의 종류를 정확히 구분해서 알려준다는데 있습니다. 비타민 하나를 먹어도 잘 알아보고 먹는데 마약도 잘 알고 먹으면 훨씬 났지 않을까요? 비타민도 천연 비타민이 합성 비타민보다 더 비싸고 몸에 좋듯이 마약도 천연 마약이 합성 마약보다 더 몸에 좋을 것 같고 친근감도 가지만 마약계에서는 더 센 합성마약을 선호하나 봅니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속담이 있지만 마약은 더 센 약이 더 몸에는 좋지않나 지요. 단 몸생각 하고 먹는 약은 아니라네요.


마약(麻藥)을 검색하면 무슨 큰 잘못이라도 저지르는 듯 일단 붉은 경고 커다랗게 뜹니다. 마치 '섹스'에라도 버금가는 해로운 물질이란 듯 말이지요. 그래서 이 마약(麻藥)이 마귀나 마법사가 만든 약인 마약(魔藥)인 줄 알았는데 그런 의미는 아니었네요. 그런데 왜 "해리포터"에 나오는 "볼트모트"도 아니고 부르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것일까요?


마약을 두려워한 데에는 마약이 인간의 역사와 괴를 같이 해온데 있을 것 같습니다. 마약은 인간을 치료하기 위한 '약'의 발명과 함께 자연스럽게 등장했기 때문이지요. 지식이 미약했던 시절에는 치료의 행위와 주술의 행위가 그리 구분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약은 악귀 또는 마법으로부터 구원하기 위한 약이었을 것이고 그 약을 다루는 이도 효능도 특별했었겠지요.


마약을 해 보진 못했지만 극강의 극락은 확실히 마약에 있는 듯도 보입니다. 더 이상 인기를 구가할 일 없을 것 같은 연예인이나 더 이상 성공이나 돈이 허무한 재벌집 자녀들이 주로 이 마약에 탐닉하는 것을 보면 그렇습니다. 지상에서 천국을 맛보기 위해서는 역시 마약이지요. 그런데 마약을 한 후 온전한 지상에서의 삶을 살기 어려운 것을 보면은 천상이 아닌 지상에서 천국을 구경한 대가는 혹독하긴 한 것 같네요.


그래서 일반인에게 허락된 합법적인 마약은 역시 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종교적으로 또는 국가마다 금주법이 시행된 일이 빠지지 않지만 술은 마약과 달리 종교도 국가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술은 마약의 마지노선으로 보이지요. 마약에는 그렇게 엄격한데 비하여 술에는 비교적 관대한 것이 그 마약 대신 허용한 마약류의 경계선처럼 보이니까요. 그렇다고 술을 마셔도 그리 천국이 보이지는 않던데요. 많이 마시면 다음날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만 마약과 비슷했을 뿐입니다.


그렇다고 마약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마약이 치료의 목적에서 시작되었듯이 마약은 의료용으로 널리 쓰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의료용으로는 대마 재배가 허용되고도 있고 인식이 좋지 않아서 그렇지 산업도 발달하고 있지요. 극도의 고통을 느끼는 환자에 투여하는 진통제와 같은 것이 대부분 마약의 일종입니다. 그러므로 마약이 필요로 하는 상황은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요. 마약은 그저 떡볶이에 조금 맛을 돋우기만 할 정도면 충분합니다.


다음으로 생각나는 마약은 역대급 가장 위험한 마약이었던 '사랑'이라는 마약이었던 듯합니다. 마약(麻藥)을 미약(美藥)으로 착각하였던 혼란 그 자체였지요. 이는 마약을 흡입하지도 않았는데 상대방의 호흡과 함께 생성되는 매우 위험한 마약입니다. 그래서 정신줄을 놓고 때로는 결혼에 이르는 서약을 하는 것이지요. 물론 그 마약에서 깨어났을 때 대가가 혹독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결혼에 이른 경우 다들 마약에 한 번쯤 중독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깨어났을 때 현실을 부정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사랑'이라는 마약을 평생 맞아야하나 봅니다. 그러므로 역시 마약이라 부를만 하지요.


한편 메타버스나 가상현실의 세계는 마약의 환상의 세계를 언젠가 완벽하게 구현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면 정말로 마약이 필요 없는, 안전한 마약의 세상이 될 것이지요. 과연 AI는 합성 마약을 이기고 환상의 마약 메커니즘을 통해서 황홀한 마약의 알고리즘을 구연해 낼 수 있을까요? 칩 하나만 심고 거기에 자극을 주면 마약을 맞은 듯한 황홀경에 도달 할 수 있을까요?


삶에는 항상 마약이 필요합니다. 때로는 고통을 순간적으로라도 이길 수 있어서 그렇고, 또 때로는 이 힘든 지상에서 천국을 느끼고 싶기도 때문입니다. 책도 마약이지요. 도무지 책 읽기를 끊을 수가 없으니 그렇습니다. 마약 커피를 마십니다. 특히 믹스 커피는 술보다 더 저렴히 공급되는 마약이지요. 마약 햇살, 마약 바람, 끊을 수가 없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들은 다 마약입니다. 몸에도 좋은 천연 마약이지요.


글에도 중독되도록 마약 가루 쏠쏠 뿌려서 쓰면 좋겠는데요. 그때의 '마약 떡볶이 집'처럼 말이죠.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교양으로 읽는 마약 세계사)

한줄 서평 : 마약이 필요해

내맘 $점 : $$$$

오후 지음 / 동아시아 (20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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