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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Sep 03. 2022

편집자는 모르겠지만 작가는 되고 싶고

편집자란 무엇인가

'작가'라면 모를까 이제 와서 '편집자'가 될 가능성은 별로 없기 때문에 사실 '편집자'의 세계는 그들만의 리그일 수도 있겠습니다. 허나, 꼭 그러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자신의 글을 쓰거나 읽을 때는 비둘기의 눈으로 작가의 입장에서 읽지만, 다른 이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언제나 매의 눈으로 '편집자'의 입장에서 읽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렇고 저렇고 글에 대한 품평을 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맞춤법이 틀린 것은 눈에 더 잘 들어오는 것부터 시작해서, '결말이 뭐 이래?', '중언부언이네', '이렇게 써 가지고는 책이 되겠어?'까지 '편집자'도 아니면서 '편집자'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요. 사실 그것은 모두 자신의 글에 해당되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편집자'의 생각을 좀 알아보기 위해 선택한 책입니다. '작가'에게 그들은 무엇을 원하는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자 하는 것이지요. 한편으로는 '적'의 생각을 염탐 함으로써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한 전략적 행동이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편집자'와 '작가'는 거울에 비추는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한 몸일 테니까요. 그냥 봐서는 자신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지만 거울에 비추어 봄으로서 비로소 자신을 잘 바라볼 수 있는 것이거든요. 그러면서도 몸의 뒷부분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편집자'는 결국 '작가'의 '뒷모습'인 셈이지요.


'작가'가 얼굴과 앞모습을 담당하고 있지만 '편집자'의 뒤태가 훨씬 뛰어난 경우가 많습니다. 얼굴의 뒤에서 전체적은 몸의 균형을 유지하며 얼굴이 더 화려한 조명을 받도록 하지요. 조명의 뒤에는 그림자가 지지만 그것을 마다 하지 않고 묵묵히 서는 것이 '편집자'입니다. 


대통령과 같은 대표자의 연설문을 쓰는 비서관을 보면서 특히 이 '편집자'와 비슷한 존재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연설문은 비서관이 먼저 연설자를 대신하여 글을 쓴 후 연설자가 그 내용을 조금 고쳐 쓰고 낭독하거나, 연설자가 글을 먼저 쓰더라도 비서관이 그것을 대중이 듣기 편하게 편집을 한 후 연설자가 낭독하게 되지요. 그러나 그 연설문은 오로지 연설자의 몫으로 남게 됩니다. 비서관, 혹은 '편집자'가 설령 그 글이 자신의 머리에서 나왔고 연설자, 혹은 '작가'가 다 끓여 놓은 국에 살짝 조미료만 얹었다 해도 그 소유는 오직 연설자, 또는 '작가'에게 돌아가는 것이지요.


이러한 경우는 사회에서 흔한 일입니다. 한때 '기획자'로서의 일했던 경험을 떠올려 보면 이 '기획자'의 역할은 '편집자'를 닮았습니다. 작가가 글만 쓰고 연설자는 연설만 준비하는데 비하여 '편집자'이기도 한 이 '기획자'는 이 모든 것을 조율하고 준비하여야 하니까요. 바로 이 점이 바로 '편집자'의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전체를 아울러야 하는 무게도 만만치 않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이 세계를 정녕 움직이고 있는 듯한 착각 같은 것 말이지요.


그러나 아무리 그래 봤자 주인공의 자리를 빼앗긴 기획자는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디어도 기획도 홍보도 그 무엇도 모두 자기 것이라는 듯 '작가' 혹은 '연설자' 또는 '대표'가 모든 것을 갖고 가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아무리 거기에 기여했다 해도 '작가', 혹은 '연설자' 또는 '대표'는 마치 그것이 처음부터 자신이 생각해내고 기획하여 편집한 것처럼 철저히 사실을 부정하고 도취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인상에 남는 점은 '도서 목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도서 목록'의 중요성은 '편집자'가 아닌 이상 사실 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인데 출판사와 '편집자'들이 출간해온 책의 종류뿐만 아니라 미래의 확장 방향 같은 것이지요. 그래서 이 목록을 일반 회사로 환원하면 '비전(Vision)'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출판의 역사는 목록의 역사다"라고 저자는 자신 있게 한마디로 말합니다. '도서 목록'은 한 작가, 한 편집장, 한 출판사가 할 수 없는 거대한 책의 흐름이자 역사라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것이 인류가 쌓아온 지적 문화적 유산이라는 말이 십분 공감이 갑니다. 그리고 그것이 계속될 것이란 점에서 '도서 목록'은 인류의 미래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제가 읽었던 책들의 '도서 목록'은 저 개인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편집자'들처럼 그 책을 직접 출간한 것은 아니지만 떠 '작가'들처럼 책을 여러 권 써 온 것도 아니지만 지금까지 읽어온 '책'들의 '도서 목록'이야말로 곧 저의 정신세계를 이루고 있는 개인적인 역사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지요. 


'편집자'로 산다는 것은 다른 직업에 비하여 그리 폼나는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유명한 '작가'라도 이 '편집자'가 없었다면 작가는 '빛'으로 나오지 못하고 계속 '그림자'의 자리에 머물러 있을 것입니다. '작가'를 꿈꾸는 이라면 그래서 한 번쯤은 '편집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는 것이겠지요.


편집자란 무엇인가

한줄 서평 : 편집자는 모르겠지만 작가는 되고 싶고 (2022.08)

내맘 $점 : $$$

김학원 지음 / 휴머니스트출판그룹 (20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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