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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Jan 08. 2022

산마르코도 베네치아가 결국 맘에 들었을 거야

중세 해상 제국 베네치아

베네치아는 여러 가지로 흥미로운 도시이지요.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그 아름다움과 화려한 성당은 물론이고 도시 자체가 예술품 같다고나 할까요.


그런 베네치아는 오늘날 관광의 도시쯤으로 기억될 수도 있겠지만 한때는 비잔티움 제국의 8분의 3을 차지하는 해상제국이었다는 사실을 아나요? 독자적으로 금화인 황금 두카토를 제조할 정도로 활발한 교역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전성기를 구가하였지요. 


특이하게도 베네치아는 왕이 아닌 선출된 도제가 이 제국을 대표했지요. 정치체계는 이미 공화국이었음며 이 체계를 무려 천년 넘게 유지했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지요.


이 공화국은 귀족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과두체제를 형성하였고 25살 이상의 성인 남성 귀족으로 구성된 2천5백 명 정도의 대위원회가 과두체제를 뒷받침했지요. 이 과두체제의 10인 위원회는 비상시 신속한 대처를 가능케 하였는데 이는 마키아벨리도 칭찬한 체계였습니다.


이러한 진보된 정치체제는 베네치아의 안정과 상업적 발전을 가능케 한 중요 원인이었지요. 베니스의 상인으로도 알려진 이 도시는 과연 상인의 도시답게 상인과 상선을 위한 거점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해상제국을 이루었고 여타 다른 제국들과는 다른 독특한 유럽의 경제적 중심지를 이루었지요.



그렇다면 이렇게 베네치아가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어이없지만 재미있게도 알렉산드리아에 있었던 산마르코 성인의 유해를 베네치아로 거의 빼돌리다시피 하면서 이 도시는 독립적이고 확고를 지위를 차지하게 됩니다.


베네치아의 수호성인인 산마르코는 사실 베네치아 출신이 아니었지요. 베네치아는 산마르코가 알렉산드리아로 오기 전 잠시 들렸던 곳에 불과하였어요. 그래서 성인의 반열에 오른 산마르코의 유해는 원래 알렉산드리아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렉산드리아를 이슬람이 차지하며 교회를 박해하고 대리석 같은 것을 훔쳐간다는 불평을 베네치아 상인들이 우연히 듣게 되지요.


베네치아 상인들은 그 당시의 비즈니스의 달인답게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다소 과격하게도 산마르코의 유해를 빼돌려서 베네치아로 가져가자고 계획하게 되지요.

그리고 결국 돼지코로 가득 찬 박스에 실어 산마르코의 유해를 밀반출하게 되지요. 화물을 검사하는 이슬람 관리는 돼지고기에 기겁하여 이를 통과시켰고 산마르코의 유해는 무사히 베네치아로 수송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산마르코의 유해는 베네치아에 도착해서도 임시 안치에 불과했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이를 영원히 차지하기 위한 작업이 벌어집니다. 거의 성서의 조작에 가까웠던 예정과 출현이라는 이야기를 덧붙여 냄으로써 산마르코는 드디어 베네치아를 지키는 수호성인으로 인정받게 되지요.


이는 결국 산마르코가 선택한 베네치아를 신이 영원히 지켜주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고 산마르코의 유해를 임시 안치했던 산마르코 성당은 현재 우리가 감탄해 마지않고 보고 있는 산마르코 성당으로 발전하게 되지요.

이쯤이면 거의 올림픽이나 월드컵 유치 보다도 더한 마케팅이지요. 그들은 비즈니스의 달인이었음이 분명합니다.


이러한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베네치아는 적은 인구로 드넓은 해상 영토를 관할 하기에 항상 힘이 부쳤었나 봅니다. 결국 포르투갈의 신항로 발견과 오스만 제국의 성장으로 마케팅의 수호성인 산마르코의 가호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뒤로 하게 되지요. 다만 그 문화적 유산은 현재에 남아 우리가 아름답게 눈에 담고 있는 것이지요.


온난화로 수면이 매년 상승하고 있다 하니 베네치아는 더 이상 물 위의 도시가 아니라 물 밑의 도시가 될 수도 있겠네요. 그전에 꼭 한번 다시 가보고 싶습니다만.



중세 해상제국 베네치아

한줄 서평 : 산마르코도 결국엔 그곳이 마음에 들었을 거야 (2021. 09)

내맘 $점 : $$$ (베네치아를 다시 한번 책으로라도 느껴보고 싶다면)

남종국 지음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20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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