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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Nov 04. 2021

은행의 미래 : 인터넷 은행은 전기차가 될 수 있을까?

Kakao와 Naver는 어떻게 은행이 되었나 

$ 은행 하면 뭐가 떠오르나요?


은행 하면 역시 갑이지요. 을, 병이 아니라 슈퍼갑입니다.

은행의 문턱은 지금도 높지만 예전에는 상상도 못 하게 높았었지요. 제일 좋은 길목에 스타벅스 대신 은행이 있었습니다. 또 내부는 얼마나 삐까뻔쩍 하던지, 백화점과 쌍벽을 이루었었지요. 단 백화점에서는 보이는 상품을 판다면, 은행에서는 보이지 않는 신용을 팔고 있었지요. 그런데 백화점은 을인데 비해, 은행은 절대 갑이었지요. 사고 싶다고 아무도 살 수 없다는 점에서 명품아닌 명품을 팔고 있었지요.


개인은 은행 앞에 그야말로 티끌 같은 존재여서 훅 불면 날아갈 수밖에 없었고, 아무리 대기업이라 해도 은행이 마음만 먹으면 내일을 장담할 수 없었지요. 그래서 설움도 많이 당하였습니다.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회사를 대신해서였지요. 은행의 카운터파트로 일을 했었습니다. 대출의 성사와 연장 여부가 기업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던 때가 있었지요. 개인이 잘못한 게 없어도 회사를 대신해서 잘못했다고 빌며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지요. 반대로 은행은 잘한 것도 없는데 엄포를 놓으며 무릎 꿇리기를 주저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역시 머슴을 살아도 부잣집에 살아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어요. 은행원이 역시 짱이었을까요.


그래서 곳간이 가득 찬 부잣집을 찾아 떠났습지요. 때마침 은행에게 설움을 당하던 기업들이 곳간을 가득 채우던 시기였지요. 과연 부잣집을 대하는 은행의 태도는 달랐습니다. 은행들마다 매일 연락을 하고 개인적 안부까지 궁금해하였지요. 은행에 찾아가 줄 설일은 더 이상 없었습니다. 은행에서 알아서 찾아와 줄을 섰었거든요. 역시 은행은 부자에게는 엄청 관대한 법이지요. 돈도 많은데 더 싸게 가져다 쓰라 하고, 겠다고 해도 천천히 으라 합니다. 꿈같은 부잣집 생활은 계속되진 않을걸 알았습니다. 어차피 제 돈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잠시의 관리인이었을 뿐.


$ 카뱅 vs 케뱅 vs 토뱅


그랬던 은행에 비하여 카카오 뱅크 라이언은 엄청 친절하고 깔끔한 편이었습니다. 백화점이 아니라 놀이동산의 느낌이었지요. 놀이동산처럼 자유이용권을 싸게 발행해 주었습니다. 에버랜드였지요. 원래는 순전히 카드 모양이 이뻐서 만들었었지만 꽤 스마트하였지요. 돈도 이유를 묻지 않고 선뜻 빌려 주었습니다.

드디어 금리를 올리고 본색을 드러내기 전 까진요.


케이 뱅크의 브라운은 무뚝뚝한 표정만큼 카카오 라이언보다 확실히 친절하지 않았습니다. 옛 은행의 냄새가 어 있었지요. 딱딱하게 굴었습니다.

그래도 선택의 여지가 둘 밖에 없었으므로 어쩔 수는 없었지요. 에버랜드가 멀면 가까운 롯데 월드라도 가야지요.

카카오를 쓰면 네이버도 써야지요. 카뱅을 쓰면 케뱅도 써야 합니다.

은행은 확실히 복수로 가지고 있어야 하지요. '언제 내 돈 당장  갚아!' 이럴지 모르거든요. 한우물을 파거나 한 은행과의 사랑은 자살행위지요. 연애는 하되 결혼은 절대 불가합니다. 집안 차이가 어마어마해서 안되요. 대신 어장관리만 필요하지요. 기업 금융 담당자의 내력에서 말씀드리는 거에요.


"토스 넌 나에게 줄 세우기를 시키고 모욕감을 줬어!"

토스는 기대 하지만 토스는 등장하자마자 줄 세우기를 시키고 모욕감을 주었습니다. 이게 뭐라고 줄 서기와 대기 순번에서 밀려나는 굴욕을 겪으며 계좌를 열고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지요.

어렵사리 계좌는 열었습니다. 어찌나 오래 걸리던지 말은 인터넷 은행이고 안에서는 수작업으로 사람이 하나하나 처리하고 있다고 했지요. 이번에는 블핑 색 카드를 골랐습니다. 캐릭터가 없는 게 아쉽네요. 놀이동산이 아니라 놀이터 같아요. 더군다나 기회만 되면 정보를 털어가려고 하는 무서운 녀석입니다. 스토커가 생각나네요.


그리고 엊그제 드디어 카카오페이가 상장을 하였지요. 무슨 페이가 너무 많아서 헷갈릴 정도지요. 네이버 페이,  SSG페이, KB 페이, 다 자기 페이를 쓰라고 합니다. 너무 많아요. 몇 개 빼놓고는 사라질 녀석들이지요.


$ 인터넷 뱅크는 전기차가 될까요?


일반 은행에서 인터넷 은행의 등장은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차가 등장한 것과 괴를 같이 한다는 생각이에요.

내연기관의 세계는 은행만큼 견고한 세상이었지요. 막강한 자동차 업계는 로비와 영향력을 발휘해서 전기차로의 이행을 달가워하지 않고 오히려 지연시켰었지요. 그에 비해 전기차의 도전은 더뎠고, 내연기관의 수명은 아직 멀었다고 여겨졌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괴짜가 나타났지요.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였었습니다. 애플과 스티브 잡스의 스마트폰만큼 빠른 속도였지요. 갑자기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업계가 앞으로 전기차만을 생산하겠다고 잇따라 선언하기에 이릅니다. 노키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고육책이었지요.


그렇다면 카카오 뱅크나 케이 뱅크, 토스 뱅크도 과연 전기차가 될 수 있을까요?

아직까지는 인터넷 은행을 이끄는 이들이 잡스나 머스크 같은 괴짜는 아니라는 점에서 가능성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더군다나 은행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 아래 놓인 산업이지요. '대출을 끊어!' 한 마디면 그 슈퍼갑인 은행도 벌벌 떫니다.


그렇다 해도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포기하고 전기차로 이행을 선언한 것처럼, 오프라인 은행들이 점포를 다 문 닫고 인터넷 은행으로만 전환을 선언하는 날이 오는 것은 막을 수 없는 듯합니다. 왜냐하면 앞으로 더 은행에 갈 일이 별로 없어 보이거든요. 증권사 객장에 사람이 몰렸다가 증권사에도 이제 거의 가지 않지요. 젊은 세대는 더 그렇습니다. 카카오 뱅크나, 케이 뱅크, 토스 뱅크가 기존의 은행들은 인수 합병하는 날이 올 거예요. 그러면서 기존 은행은 사라지고 인터넷 은행화되겠지요.


은행은 건강보험관리공단이 될까요?


또 하나의 미래는 오픈 뱅킹으로 시작한 정보의 오픈 시대이지요. '오픈 뱅킹'이라 쓰고 '정보 오픈'이라고 읽어야 합니다. 이제 대출이 없다고 은행과 관련이 없는 것이 아니지요. 은행은 우리가 어디서 얼마를 썼는지 어떤 카드로 긁었는지, 어느 은행으로 결제되었는지, 일거수일투족을 하나하나 알 수가 있지요.

오픈 뱅킹을 보면 알겠지만 이제 한 은행에서 모든 계좌를 모아서 볼 수 있어요. 혹자는 부인이나 남편이 계좌 내역을 속속들이 들여다본다고 걱정을 하지만, 그보다는 은행과 정부가 이것을 다 감시하고 원한다면 얻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건강보험관리공단은 건보료를 통해 이번에 국민에게 순위를 매기고 줄 세울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였습니다.

매우 어설프고 공정하지 않았지만 12%를 아 낼 수 있다는 능력을 자랑하였지요. 이는 토스 뱅크의 '줄 세우기' 보다 훨씬 더 큰 모욕감을 주었습니다.

곧 은행의 잔고로 여러분들의 순위가 매겨질 날이 올 거예요. 잔고, 부동산, 소득의 3관왕과, 101등을 가리고 세금과 함께 어느 날 여러분에게 등수를 통보할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점수는  몇 점! 등수는 몇천만 등!


$ 경쟁자는 '암호화폐 은행'


이쯤 되면 저도 암호화폐의 세상으로 넘어가 볼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등수가 매겨지는 것은 질색이거든요.

암호화폐의 거래소가 아니라, 미래에는 이제 암호화폐 은행이 생겨나겠지요. 이자도 지급하게 될 것입니다.

화폐의 가상성이란 점에서 은행이 발행한 돈과 암호화폐의 차이는 크게 없어 보이지요. 신뢰와 약속만 잘 지켜지고 그것을 돈이라고 다 같이 믿기만 한다면 그것이 돈이든 무슨 페이든 암호화폐든 상관없는 것이니까요.

더군다나 점수와 등수가 매겨지는 게 싫어하는 은행 노매드 족이 꽤 생겨날 수도 있겠지요.

그렇다면 은행의 다음 경쟁자는 암호화폐 은행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은행은 이래저래 큰 일이지요.

다만 은행의 은행, 은행의 갓파더, 중앙은행은 이를 두고 보고 있을까요? 기존 은행들이 맥없이 당하고 있는 것을요.

'암호화폐 은행' 넌 내  자식이 아니므로 나가! 이렀게 말해야겠지만, 암호 화폐가 신뢰를 얻고, 돈을 많이 벌고 있다면 그를 인정할 수 밖에 없을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자본주의는 돈이 이기는 룰이기 때문이지요.

어느 날 중앙은행은 '너도 내 자식이고 '은행'이라는 돌림자를 부여 하노라!' 이럴 수 있겠지요. 인터넷 은행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요.


그렇다고 제가 코인을 사고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




Kakao와 Naver는 어떻게 은행이 되었나 (핀테크 트렌드로 보는 미래 금융)

한줄 서평 : 인터넷 은행은 전기차가 될 수 있을까? (2021.05)

내맘 $점 : $$$ (핀테크 트렌드를 알아보고자 한다면, 이미 알고는 있겠지만)

김강원 지음 / 미래의 창 (202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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