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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Sep 26. 2022

IF 외환 위기가 다시 일어난다면

환율 1430원 돌파에 즈음하여

달러/원 환율이 드디어 1430원을 넘어섰습니다.

이는 예측된 저항선이었던 1200원, 1300원, 1400원을 차례로 뚫고, 최후의 마지노선이라고 여겼던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장중 최고치 환율 1436원에 육박하는 수치입니다. 이로서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하네요.


이러한 환율의 급변동은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를 연상케 합니다. 특히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마저 환율 방어 시도에도 불구하고 차례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소식은 두려움을 배가 시키지요. 위안화와 엔화도 저러할 진대 우리나라 원화는 까딱하면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내릴지도 모릅니다.


정부는 원화의 실질 가치는 아직 저평가 국면이 아니라고, 과거의 외환 위기와는 다르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같은 이야기가 외환 위기 때도 거의 똑 같이 반복되었다는 것입니다. 역사는 어쩔 수 없이 반복되는 것일까요?


특히 2008년 금융위기와 달리 1997년을 외환위기라고 지칭하는 것은 그것이 환율이라는 약한 고리를 뚫고 터져 나온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때보다 아시아의 경제는 강력할 뿐만 아니라 그때와 달리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어 탄력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또다시 그와 같은 외환 위기가 발생할 환율은 낮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현대 경제의 문제는 항상 '낮은 확률'의 문제에서 발생해 왔습니다.

정규분포 곡선의 바깥쪽에서 발생한 낮은 확률의 가능성이 보다 빈번히 실제로 발생하므로 말미암아 더 큰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는 태풍이 우려하는 것보다 세지 않고, 진로가 우리나라를 향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보했는데, 수증기를 잔뜩 머금고 초강력 태풍으로 돌변해 진로를 우리나라로 꺾어서 올 때와 같은 상황과도 같습니다.


지금 환율도 예측이 연달아 빗나가며 그것을 커버하기 위한 움직임이 더 가파른 상승을 나타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태풍이 점점 더 초강력 태풍으로 돌변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도 기상청은 우리나라로 향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계속 예보를 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태풍은 항상 예보와 반대로 다가 오더군요.


특히 각국이 Covid19로 인하여 돈을 다량으로 풀고 재정정책을 소진하였다는 점 등의 '약한 고리'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취약한 상황입니다. 마치 태풍이 오기 이전에 홍수와 가뭄이 반복됨으로 말미암아 지반이 약해져 있고 손쓸 여력이 소진된 것과 같은 상황이지요. 이는 외환위기와 같이 투기 세력의 쉬운 공격의 빌미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또다시 외환위기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일기 예보 속에 태풍을 바로 맞는 것과 유사할 것입니다. Covid19 백신을 맞았지만 다시 감염될 수도 있고, 감기처럼 좀 앓다가 나을 수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고 사망하는 나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것은 초기 Covid19처럼 빠르게 각국으로 퍼져나가 감염을 확산시킬 공산이 큽니다.  


6.25 전쟁을 겪어본 세대는 전쟁이 가장 무서운 기억이었겠지만, 그 이후의 세대에게는 IMF 사태로 각인된 외환위기야 말로 근래 최고 최악의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 이후 모든 삶의 방식을 바꾸어 놓은 6.25 전쟁급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초대형 태풍을 동반한 화산 폭발에 휩쓸려간 기업과 사람은 셀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전설적인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환율은 2000원을 가볍게 찍었고, 지금 강남 불패를 이야기하던 아파트는 물론이고 빌딩이며 땅이며 부동산 매물이 저가에 넘쳐났었습니다. 그런데도 사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일부 외국인들만 신나게 그것을 쓸어 담았지요. 그래서 매일 망하는 기업이 수두룩 했고 주가 반토막은 우스웠습니다. 기업이 망하니 일자리는 증발하고 실업자와 죽는 사람도 넘쳐났었지요.


지금이야 생각할 것입니다. "다시 그런 기회가 온다면 저것들을 싸그리 다 주워 담으리라!"


그런데 그렇게 못할 것입니다. 이것은 초대형 태풍이 몰아치고, 화산이 폭발한 것과 같았으므로 우선 도망가고 볼 일이었기 때문이었죠. 영화에서만 보던 빌런이 실제로 출몰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슈퍼히어로는 세상에 없더군요. 몸은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마음도 마찬가지지요. 그래도 6.25 전쟁 때처럼 포탄이 떨어지고 국가가 어찌 될지 모르는 운명 속에서도 돈을 번 사람은 돈을 벌었다지요. 그것도 아주 많이요.


성경에는 어느 편이었지는 지금 잘 생각나지 않지만 7년간의 풍년 뒤에 7년간의 기근이 올 것임을 예언하며 풍년 때 이를 대비해야 한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아마도 외환 위기가 온다면 이와 같이 적어도 7년 동안은 견딜 수 있는 대비가 있어야 다음을 도모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런데 모든 게 무너져 내린 다면 과연 7년을 버틸 재간이 있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상황은 외환 위기의 상황 전과 놀랍도록 비슷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외환 위기 바로 전 우리나라는 OECD 가입을 하고 선진국이 되었다며 샴페인을 터뜨렸었지요. 지금은 G7 국가와도 견줄만하고, 세계 9위의 경제 대국을 자처하며 근자감이 넘쳐납니다. 지금의 경제 수장들은 공교롭게도 외환 위기 이후 론스타와 관련이 있던 주역들이었다는 이야기도 있지요.


7년간의 기근에 견딜 수 있는 정도라면 외환위기라 하더라도 오히려 기회를 잡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끔찍했던 외환 위기가 다시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기회가 온다 한들 7년간 견디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거고요. 그런데 환율은 경제의 신의 지표 같아서 항상 그에 앞서 경고를 전하지요. 외환 위기 때도 환율은 미리 경고를 보냈었습니다. 치솟는 환율을 보며 경제의 신의 경고에 귀 기울여야 할 이유입니다. 7년의 풍년 동안 7년의 기근을 대비하라는, 곧 기근이 임박했다는 경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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