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book 강남 되는 강북 부동산은 정해져 있다
엊그제 오랜만에 '강남'에 다녀왔습니다. 역시 강남은 언제 가 봐도 질서 정연하게 정비된 도로들, 높이 솟은 빌딩들, 세련된 옷차림의 젊은 사람들이 "여긴 강남이야"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지요.
그래도 위축될 것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자고로 "사대문 안에 살아야지 양반이지"라고 생각하는 왕손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옛날로 돌아가면 무엇부터 할 것이냐?"라는 물음에,
"강남에 땅부터 사겠다"라는 대답이 나오는 것을 보면 강남의 지세는 가히 왕의 권세를 이미 뛰어넘은 듯합니다.
옛날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 하니, 그래서 다시 물어보지요.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무엇을 하겠느냐?"
그러면 그 유명한 네덜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의 말을 떠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처음에는 사과를 떠올리며 이 말이 뉴턴이나, 잡스의 말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스피노자도 애플을 뉴턴이나 잡스만큼 좋아했나 봅니다. 그래서 사과의 3대 아버지로 뉴턴, 잡스, 스피노자를 꼽는 것이지요.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는 아니고 제가 방금 만든 이야기입니다. 이 세분들을 자랑스러운 사과의 아버지로 명명했으니 저에게 감사의 표시로 애플 주식이라도 좀...
그런데 저 라면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 평의 강남땅을 사겠습니다."
아마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하면 강남땅도 헐값에 나오지 않을까요? 그냥 공짜로 가져가라 할 수도 있습니다.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것은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묵묵히 일상을 받아들이고 희망의 끈을 결코 놓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하네요. '강남땅을 사겠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일상을 받아들이고, 혹 멸망하지 않으면 강남땅 부자가 되는 희망의 끈을 결코 놓지 않는 것이지요.
"부동산은 바로 그럴 때 사는 것입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할 때 말이지요. 집 값이 정말 지구를 팔아서 우주를 다 살 수 있을 것처럼 끝도 없이 올라가더니 요즘음은 반대로 하락을 걱정하고 있지요. 그러나 강남 부동산을 헐값에 팔겠다고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직 지구가 멸망할 때는 아닌가 봅니다.
그래도 "호옥시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하면 저에게 강남땅을 파십시오. 제가 다 사겠습니다!"
제가 아는 강남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강남 뿐이었는데, 제비의 고향이 이렇게 땅값이 오르게 될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강남의 이미지는 제비 다리를 고쳐 주고 부동산을 얻은 것보다는, 제비 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리고 치료해 주어 부동산을 얻어 낸 이미지인데 그들은 어떻게 제비의 고향을 손 두리째 차지할 수 있었던 걸까요?
그것을 책에는 '정책'이라고 말합니다. 강남 같은 부동산을 얻기 위해서는 언제 어디서 제비 다리를 부러 뜨리는지 계획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러한 정보는 놀부 자기들끼리만 알고 있습니다. 결코 흥부에게 알려주지 않지요. 그런데 '서울시 도시계획'이라는 것이 있는데 거기에 아주 미세한 계획의 흔적이 있다고 하네요. 이것을 잘 들여다보면 주워 먹을 콩고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책의 요지이지요.
"네? 드러워서 안 먹겠다고요?"
그런데 공감할 여지는 충분히 있었습니다. 놀부가 아닌 이상 늘 흥부인 우리는 밥주걱의 밥풀떼기라도 뺨에 붙여 떼서 먹어야지요. '서울시 도시계획'을 잘 들여다보면 밥풀이 엄청 붙은 밥주걱의 은총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지요. 밥풀이 붙은 주걱에 뺨 맞기를 주저하지 않는 자, 강남과 같은 부동산을 얻을 수 있는 법입니다.
역시 부동산 부자가 되는 길은 글쓰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어렵습니다. 부동산은 정책도 공부하고, 분석도 하고, 거시 경제 흐름도 알고, 글로벌 경기도 알아야 하고, 임장도 다니고, 시세도 알아야 하고, 놀부의 심리와 생각까지 파악해야 하는 어려운 일들이지요. 부동산에도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데 글쓰기를 날로 먹으려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지요.
그래서 강남 되는 강북 부동산을 찾았냐고요?
이상하게 이런 종류의 책은 책을 읽고는 답을 잘 모르겠더라고요. 저자는 알려주어도 믿지 않는다고 채근할 수도 있겠네요. 하여튼 마침 부동산이 세일 중이라고 하니 쇼핑을 준비하기는 해야겠습니다. 우리도 강남 제비가 물어다 주는 박씨 한번 받아 키워 봅시다!
왜냐하면 저는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 평의 강남땅을 사겠다."라고 말하는 작가니까요.
절대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 편의 글을 쓰겠다."라고 말하지 않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