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우우우 휘 이이잉~
창을 조금 열어놓았더니 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소리가 심상치 않습니다.
태풍이 온 것도 아닌데 이 어이 때 아닌 가을바람이란 말입니까?
바람나기 좋은 날이기라도 한 걸까요?
'바람이 난다'는 것은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지만 사실은 남녀 사이에 들뜬 마음 일 뿐, 유부부남녀(有婦夫男女), 유애인여남(有愛人女男)에게나 금지된 장난일 뿐 그렇지 않은 무부부남녀, 무애인여남에게는 권장할 만한 사항이지요.
오히려 지금처럼 바람에 초연한 바위 같은 남녀들에게는 펌프질이라도 해서 바람을 넣어 바위를 자갈로 만들어야 할 지경에 이르렀으니까요.
어찌 이 바람에 초연한 남녀들 설렘을 느낄 수 있다는 말입니까.
썸이라는 잔잔한 바람이 태풍처럼 몰아 쳐야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러고 보면 한동안 참 바람 한점 없는 날들이었네요.
일년삼백육십오일 이십사시간 이 처럼 마음에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한 날이 있었던가요?
이제 마음에 바람은 영원히 불지 않는 득도의 무풍지대를 찾은 것이란 말입니까?
바람이 나야 연도 띄우고 기구도 띄우고 꽃가루도 날리고 수정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너무 열심히 일만 하지 말고 어디서 불어오는 바람이 없는지 귀를 쫑긋 세워 보시야요.
알고 보면 나만 빼고 다 바람 쐬고 다니고 있거든요.
후 우우우 휘 이이잉~
바람 소리에 잠시 평정을 잃고 글에 바람이 났었나 봅니다.
창을 닫아 바람 소리를 꼭 막고 다시 무설램, 무사랑, 무욕구, 무풍 모드로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