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의 인스타화를 저지하라!
브런치에는 있기 인스타에는 없기
질문을 몇 가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브런치(brunch)에는 있는데 '인스타그램(Instagram)'에는 없는 것은 무엇일까요?
다시, '인스타그램(Instagram)'에는 있는데, '브런치(brunch)에는 없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래서, '브런치(brunch)와 '인스타그램(Instagram)'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요?
지극히 주관적인 질문이었으므로 맞추고 말고 할 정답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잠시 한번 생각해 볼 시간을 드린 것이지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브런치에는 있는데 인스타에는 없는 것은
'노여움', 슬픔', '긴글' 같은 것들이고,
인스타에는 있는데 브런치에는 없는 것은
'연예인', '필터', '광고' 같은 것들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브런치와 인스타의 가장 큰 차이는,
인스타 나라에서는 도무지 화남이라든지, 좌절, 불행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인스타가 선남선녀들이 멋진 배경 아래, 항상 활짝 웃으며, 화려한 꿈을 이루어가며 신선놀음을 하고 있는 듯한 그야말로 천상 낙원이라면,
브런치 나라에서는 왜 이리 노엽고, 슬픈 글들이 많은지, 맨날 좌절이고, 퇴사각이고, 지치고, 힘들고, 그러면서도 아등바등 애쓰는 몸부림이 현실을 반영한 지하 전쟁터가 따로 없는 듯하지요.
이는 연구 결과에서도 확연히 들어 납니다.
브런치와 인스타를 각각 대충 쑥 훑어본 저명한 작가인 'Emile brunch' 박사의 조사에 따르면 인스타의 99%가 기쁨의 순간을 과장적으로 나타내는 자랑 위주의 사진이었던데 비하여, 브런치의 글들에는 이 비율이 채 30%를 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지요. 단순 정보 제공의 글을 제외할 경우 이 비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예감도 관측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한 긍정 에너지인 인스타에 비하여 이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브런치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거야 말로 사회를 불안케 하는 불평불만론자들의 집합소가 아닐는지요. 당장 폐쇄명령이라도 필요한 것 아닙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인스타 보다는 브런치에 애정을 느낍니다.
인스타가 명랑, 자랑, 긍정의 이상적인 낙원을 추구하긴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계속 보고 있다 보면, 즐거움은 증발되고 뭔가 마음이 공허함으로 가득 차게 되지요. 인간은 희, 노, 애, 락,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의 감정을 모두 다 갖고 있는 존재인데, 짧은 시간 동안 기쁨과, 즐거움만 활성화되면, 훨씬 더 긴 노여움과 슬픔의 현실 때문에 불균형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스타에는 나머지 노여움과 슬픔을 표현할 수가 없지요.
필터라는 보정 기능이 있어 원래의 평범한 감정조차 더 아름답게 포장해야 할 마당에 마이너스 옵션을 써 가며 피부를 더욱 칙칙하게 보이고, 배경을 더욱 쓸쓸하게 보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란 말입니다. 인스타는 가장 화려하고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해야 제 맛이지요. 바로 가상의 환상을 실현하는 그런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 브런치에서는 마냥 그럴 수가 없습니다.
사진과 글의 차이가 그런 것인가 봅니다. 글은 더욱더 화려하게 꾸미고 자랑을 하고 아름답고 웃는 모습만 보여주려 한다면, 사진과 달리 금방 탄로가 나고 맙니다. 글은 꽤 까다로워서 기쁨과 즐거움뿐만 아니라 노여움과 슬픔이 담겨 있어야 오히려 제 맛이 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사진에서 충분히 꾸며진 모습을 보였으니, 이제 글에서는 보다 진심을 밝히고 싶고, 그러한 진심을 보고 싶어서 일까요?
그래서 브런치가 인스타가 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쁨과 즐거움의 모습은 인스타에만 올려주어도 충분하니, 브런치에는 기쁘고 즐거운 연예인이 와서 연예인만 주목받지 않았으면 좋겠지요. 연예인이 글 쓰는데 취미가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팔로워 수가 몇만이 넘는 유명 셀럽도 안 왔으면 좋겠습니다. 심지어 책을 쓸 만큼 쓴 유명 작가도 굳이 브런치에 와서 글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지요.
왜냐하면 인스타와 달리 브런치에는, 아니 사진이 아니라 글에는, 항상 노여움과 슬픔이 담겨 있어야 비로소 마음을 담은 글로 거듭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사진이 겉모습을 가장 잘 묘사하고, 더 멋있고, 예쁘고, 화려하게 보이기 위해 더 밝은 조명과 필터를 추구했던데 비하여, 글은 내면의 기쁨과 즐거움 같은 밝음 뿐만 아니라, 노여움과 슬픔과 같은 어두운 면 까지 찾으려고 했던 본질의 차이에서 기인했겠지요.
그래서 글이 담고 있는 인간의 어두운 면과 그것을 극복하려는 몸부림에 더 공감이 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브런치가 인스타화 되어 가는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
기쁘고 즐겁고 화려한 사진의 자랑의 글 보다, 노여움과 슬픔과 세상에 맞서는 몸부림과, 좌절하더라도 또 일어나는 다짐의 글, 인기글이 아닌 무명의 진심을 담은 글들에 더 마음이 가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명랑하게 씁니다만 그 안에는 노여움과 슬픔도 함께 녹아져 있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보는 것보다 읽기에 더욱 힘쓰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또 쓰시라고요! 노여움도 슬픔도,
여긴 인스타가 아니라 브런치니까요!
ps : 그렇다고 반 인스타, 친 브런치 주의자 아닙니당. 브런치로 부터 어떠한 청탁도 없었구요. 메인에 노출도 한번 시켜주지 않던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