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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Sep 25. 2022

풍선 꾸러미를 든 소녀

건널목을 건너는데 풍선 꾸러미를 든 소녀가 스쳐 지나갑니다.

투명 비닐 꾸러미에는 바람이 벌써 가득 채워진 풍선이 열개도 넘을 듯 잔뜩 들어 있지요. 그래서 크기는 거의 자기 만하지만 풍선이라 가벼운가 봅니다. 표정이 무겁지 않고 붕붕 떠 밝았거든요


어디에 쓰려고 풍선들을 그렇게 많이 들고 가는 것일까요? 생일 파티가 있어서 장식을 하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바람을 이미 불어넣은 풍선인 것으로 봐서 마침 행사에 남은 풍선들로 방안을 꾸미고 싶어져일수도 있지요.


그러고 보면 풍선들을 매달아 놓고 무얼 해 본 기억이 오래입니다.

이제 풍선을 매달아 놓고 생일을 보낸다는 것은 상상이 가지 않고, 풍선 파티나 풍선 사랑 고백 같은 것을 꾸민다고 풍선 꾸러미를 잔뜩 들었다면 충분히 신고당할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기쁨과 설렘과 사랑으로 바람을 불어넣은 풍선만 저렇게 가볍게 뜬 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선에 바람을 넣어 본 이는 알겠지만 풍선에 바람을 넣은 것은 꽤 힘든 작업입니다. 특히 입으로 바람을 넣으면 눈이 튀어나올 듯이 힘들지요.


그렇게 어렵게 바람을 넣은 풍선이 떠올랐던 이유는 그 당시 기쁨과 설렘과 사랑으로 바람을 불어 넣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풍선에 바람을 불어 넣어도 풍선이 다시 떠오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풍선 꾸러미를 든 소녀를 한번 더 뒤돌아 봅니다.

표정은 이제 보이지 않지만 비닐 꾸러미 속 풍선은 여전히 가벼이 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쁨과 설렘과 사랑으로 풍선 꾸러미를 잡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충분히 풍선이 부러울 때이지요. 암요 별것이 다 부러울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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