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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Sep 28. 2022

맞춤법은 법이야? 춤이양?

글을 쓰면서 가장 유의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맞춤법이지요.

애써 쓴 글이라도 맞춤법이 틀리면 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자꾸 틀리는 남친의 카톡 맞춤법에 심지어 헤어질 결심을 하는 여친(탕웨이)도 있습니다.

직장에서는 맞춤법이 틀리는 것은 더 치명적입니다. 보고서는 내용은 하나도 안 읽고 단지 맞춤 법 하나에 갑질과 지적질을 당하기 딱 좋지요.

특히 책을 출판하는 편집자의 입장에서는 맞춤법은 거의 헌법과 같이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지요.

작가도 맞춤법에는 예외가 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요즈음은 그래도 눈이 빠져라 틀린 글자 찾기를 할 필요가 없이, '맞춤법 검사'를 하면 맞춤법이 틀린 것을 알려 줍니다. 브런치의 맞춤법 수정 엔진은 좀 이상한 것 같지만, 그래도 맞춤법 검사를 한번 안 하고 넘어갈 순 없지요.


그런데 "맞춤법이 맞춤법인가?"라는 의문은 항상 가지고 있던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짜장면이 과연 자장면인가?'라는 때부터 이 법에 대한 신뢰가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하였지요.

어떻게 짜장면이 자장면이고 짬뽕이 잠봉이고, 짬짜면이 잠자면이 될 수 있고 안될 수도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으면서 "이 법을 계속 지켜야 할 것인가?"라는 회의를 갖게 됩니다.


사실 맞춤법에 맞게 수정하다 보면 글의 느낌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운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단어의 하나인 '바램'은 바램이 아니라 바람이 표준어인데 이것이 불어오는 바람인지, 바라는 바람인지 가늠하기 힘들 때가 있거든요.

"바람이 바람"이라고 하면 바람이 바람이라는 것인지, 바람이 뭘 바란다는 것인지, 이상한 언어유희가 돼 버리는 식입니다.


맞춤법은 또 고정적이지 않고 변하는 것이어서 점점 적응하기 힘들어진다는 면도 있습니다.

저의 최고경영자 께서는 항상 문장의 끝에 "읍니다"라고 아주 일관되게 써 주셨는데, 저는 그때마다 항상 빨간 펜으로 쫙쫙 긋고 "습니다"라고 고쳐 쓰곤 했지요. 그 일관됨은 그분도 저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저는 그 최고경영자를 짤라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됩니다. 결과는 반대였지만요.

왜냐하면 짜르는 것이 아니라 맞춤법은 자르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는"습니다" 조차도 맞춤법에 맞는지 의심이 가지요. 맞춤법은 마치 유행은 돌고 돌듯이 돌아서 언제 다시 "읍니다"로 바뀔지 모르니까요. 맞춤법은 패션 같아서 유행에 무척 민감하기도 하거든요.


맞춤법은 '국립국어원' 이란 기관에서 정하나 봅니다. 맞춤법도 법인데 국회나 법무무에서 정하지 않고 국립국어원에서 정하는 것이 이상할 따름입니다. 그러나 맞춤법을 어겼다고 검찰에서 압수수색을 당하거나 법원에 소환되지 않는 것은 다행이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맞춤법이 자꾸 바뀌는 이유는, 국립국어원에 계신 이 맞춤법을 정하는 분들이 심심해서는 아니고 뭔가 일을 해야 하니까, 자꾸 맞춤법을 바꾸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해 봅니다. 그래서 간혹 이분들이 '짜장면'을 먹다가 '짜장'을 내는 최고경영자를 보고 "언어를 좀 더 순화해야겠다"라는 결심을 해서 어느 날 '자장면'이라고 한 것이 아닌가하는 '국립국어원 음모론'을 제시해 봅니다.


그래서 간혹 가다가는 자장면과 같은 아무도 안 쓰는 이상한 맞춤법을 지키라고 어느 날 선포하게 되지요. 이럴 때는 맞춤법도 법이므로, 악법도 법이라며 지켜야 한다고 테스형(소크라테스)도 거들게 됩니다.


이번에도 맞춤법 검사를 하니 맞춤법 틀린 문장들이 수두룩 합니다. 남친은 남자 구로 고치라 하고, 짤라야는 잘라야로, 테스형은 테스 형이라고 친절하게 가르쳐 줍니다.


사실 맞춤법을 잘 찾아보면 그 나름대로 그렇게 써야 하는 이유는 다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그것을 잘 몰랐을 뿐입니다. 그래도 맞춤법 검사기가 가르쳐준 데로 다 고치진 않습니다. 일부는 고치지만 일부는 고치지 않고 그냥 놔두기도 하지요. 왜냐하면 그것이 더 자연스럽게 의미를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맞춤법에 없는 줄임말도 쓰고 시체말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산말을 더 선호합니다. 맞춤법 말고도 말에는 동시대의 사람들이 쓰는 신선함도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맞춤법은 바꾼다고 바뀌는 것이 아니지요.

 

그래도 맞춤법 검사는 한번 더 돌려야겠지요.

책을 출간할 때에는 더욱더 맞춤법을 지켜야겠지요. 편집자분이 계서 다행입니다. 맞춤법 검사기도요.

그런데 맞춤법 검사기,

"너 아직 멀었다잉!"

이 녀석은 법은 아는데 느낌을 아직 모르지요. '멀었다잉'을 칼같이 '멀었다'로 알려줍니다.

맞춤법 검사기는 사랑을 해 보지 않은 것이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콧소리를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맞춤법은 법이야? 춤이양?

저는 법이라는 쪽보다 춤이라는 쪽에 걸겠습니다.

맞춤법을 어긴 글이 춤을 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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