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좋아요'의 아주 엄격한 기준
feat 라이킷
브런치의 초창기에는 내글 쓰기 바빴는데, 이제 여유가 좀 생겨서 인지, 글을 써도 써도 끝이 없어서 인지, 이제 남의 글도 좀 들여다봅니다.
그런데 남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글을 선택할 때도 그렇지만 글을 읽고 라이킷을 누르는 기준 같은 것이 있더라고요. 그 '라이킷'의 아주 엄격한 기준에 공개해 볼까 합니다.
까다롭게 글을 읽는 만큼 이 '라이킷'을 누르는 데는 아주 '엄격한 기준'이 적용됩니다.
BTS 콘서트 무료 티켓을 독점으로 나누어 주는 일도 아닌데 벌써 으스대는 것 같네요.
오호! 끝에 반전이 있는 글에 라이킷을 누릅니다.
제목이 특이한 글에도 내용이 제목처럼 기대만큼은 아니더라도 일단 라이킷을 누릅니다. '제목상'이지요.
라이킷이 아직 0인 글에도 곧잘 라이킷을 누릅니다. "좋은 글을 내가 제일 먼저 발견했어"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브런치 작가가 되었어요" 이런 글을 발견하면 씩 웃고 라이킷을 누릅니다. "음 올챙이적 생각을 해야지." 그런데 저는 언제 개구리가 되는 것일까요? 이제 시작한 작가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지요.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다 읽은 글에도 웬만하면 라이킷을 누릅니다. "이 글을 처음부터 잘못 선택한 것이 아니야. 내가 그럴리 없어"라는 자기부정을 덮기 위한 방책입니다.
그날따라 단숨에 읽히는 글에 라이킷을 누릅니다. 아 이것은 순 기분 탓일 수도 있습니다. 그날 주파수가 찌리릭 맞은 것이지요.
어디가 아픈데 태연한 글에도 라이킷을 누릅니다. 이심전심 아픈 곳이 많아서 그래요.
잘 못 보던 사진인데 설명이 그럴싸하면 라이킷을 누릅니다. 꿈보다 해몽이지요.
구독하는 글에도 가끔 찾아가 라이킷을 누릅니다. "그런데 구독의 이유는 뭘까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불평불만에도 라이킷을 누릅니다. 지금 라이킷 해달라는 거잖아요. 갑자기 '안아줘요'라는 노래가 생각나는군요. "줘요 주세요 그냥 달라니까요. 안아줘요 안아줘요 안아줘요 안아달라니까요"(10CM)
정의감에도 가끔 지나치지 못하고 라이킷을 누릅니다. "이런 목소리도 있어야 하는 법"
사실 '라이킷'이라는 말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좋아요'가 더 좋지요.
어쩐지 '라이킷'은 '좋아요'의 짝퉁 같거든요. 오해는 마세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좋아요', '라이킷', '좋아요', '라이킷'
'좋아요'라고 말하고 싶은데 '좋아요'라고 말할 상대가 없긴 하지요.
'좋아요'라는 말을 듣고 싶은데 '좋아요'라고 누가 말해 주지도 않고요.
그래서 오늘 더 많이 '좋아요'라고 말하고 싶지요.
그래서 누군가 더 많이 '좋아요'라고 말해주길 기대하는 것이지요.
"좋아해 줘요 주세요 그냥 좋아해 달라니까요. 좋아요 좋아요 좋아요 좋아해 달라니까요"(100CM)
그런데 '좋아요'에는 이유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냥 '좋아요'가 어딨어요?
그냥 동정하는 듯한 '좋아요'는 싫거든요.
그래서 '라이킷'에 갖가지 엄격한 이유를 붙여 보는 거지요.
그러므로 같은 '라이킷' 같지만, '좋아요'에는 다 각각의 이유가 있는 것이지요. 다 다른 이유라고요.
위 엄격한 '라이킷'의 기준에 속하지 않았더라도 절대 실망할 필요는 없지요
까다로운 것 같지만 '라이킷'에 쉬운 남자,
그냥 이유만 하나 새로 만들면 다 된다니까요..
그렇게 한송이 '좋아요'를 받기 위해
새벽부터 소쩍작가는
그렇게 글을 써댔나 보네요.
하이얀 글잎이 피려고
간밤에 몸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지요.
우리는 '좋아요'에 다 목마른 자들이라 그래요.
'좋아해요' 당신의 글을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