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에도 답안지를 제일 늦게 내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 번은 선생님이 마지막 답안지 제출을 기다리다가 화가 났는지 참지 못하고 교실 밖으로 나가버린 일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시험 문제를 태연히 풀고 있었지만요.
어차피 시험 시간은 정해진 것이었는데, 그 시간을 다 쓸 수 있는 권리가 있고, 시험이 쉽다고 해서 답안을 빨리 내야 할 의무 같은 것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뭐 선생님이 마지막 답안지를 받기 위해 교실로 다시 들어올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결국은 시간을 꽉꽉 채워서 땡 하고 종이 울리자 겨우 마지막으로 답안지를 제출했었지요.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오늘이 '브런치북 프로젝트'의 응모 마지막 날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응모는 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글을 내야겠다는 계획도 아직 없지요.
아직 브런치북으로 묶지도 않았습니다.
아하, 그런데 생각해 보니 초창기에 시험 삼아 브런치북으로 묶어둔 것이 하나 있었네요.
그런데 그 이후로는 '브런치북으로 묶어서 좋은 게 도대체 뭐야?'라고 생각하며 그냥 '매거진' 형태로만 글을 남겨 두었고요.
그래서 이왕 '브런치북'으로 묶은 글이 있으니 이 응모에 한번 청약해 보기로 합니다.
그런데 결국은 시험 삼아 초기에 쓴 '제일 못 쓴 글을 제일 마지막에 내기로 한 것'이 되어버렸네요.
답안지를 빨리 제출하지 않아 화가 났던 선생님처럼 '브런치팀'에서는 이러한 태도를 무척 못마땅해 할 수도 있지요. 심지어는 '브런치팀'을 구독하고 있지도 않고 있다는 사실은 비밀입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기한 내에 제출하기만 하면 되고, 원하는 답을 쓰는 것도 오롯이 제 몫이 때문입니다.
어쩌면 아직 쓴 글을 쉽게 내어주고 싶지 않을 만큼 아끼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제일 못 쓴 글을 겨우 제일 마지막에 내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선정될 가능성은 마치 며칠 전에 있었던 송파의 모 아파트 줍줍 무순위 청약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거기 경쟁률이 31,780 대 1이었던가요?
그래도 청약은 넣어야지요.
이것은 무순위이긴 하지만 뺑뺑이 추첨 줍줍은 아니라도 말이지요.
언젠가 당첨이 될 날도 오겠지요. 출간될 날도 올 것입니다.
아니면 건물을 통째로 사려 합니다. 출판사를 사는 것은 어떨까요?
글쎄요, 작가 대신 건물주가 더 좋을 듯싶기도 합니다만.
여하튼 서둘러야겠습니다. 마감의 종이 울리기 전에.
ps 청약처럼 응모도 몇초면 되더군요. 괜히 긴장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