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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Oct 29. 2022

축제와 시위 그 사이

핼러윈데이

산책을 하러 나갔더니 경찰들이 즐비합니다. 혹 주말 핼러윈데이라 사람들이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올까 봐 통제라도 하려는 것일까요? 그런데 그런 것은 아닌가 봅니다. 인근에서 집회와 시위가 있을 예정인가 보네요.


한편으로는 종종 검은 옷차림의 사람들이 보입니다. 집회와 시위대의 선봉장들일까요? 그런데 그런 것은 아닌가 봅니다. 오호라 핼러윈데이의 드레스 코드 인가 보네요.


검은색 정장에 검은색 구두까지 신은 남자는 드라큘라가 연상되는 검은색 외투까지 입었는데 날이 더워서 그런지 외투를 벗어 버리네요. 아직은 드라큘라가 활동 하기에는 해가 중천이긴 합니다. 검은색 가죽점퍼, 검은색 치마도 많이 보입니다. 드레스 코드 바로 블랙이었네요.


한편에서는 집회와 시위대의 소리가 들립니다. 그들도 블랙 드레스 코드 핼러윈 복장을 했을지 궁금해집니다.

에이, 아닙니다. 그럴 리 없지요. 실망입니다.

오늘 같은 날 태극기와 성조기는 넣어두고 블랙 드레스 코드로 호박 등을 들고 시위를 했으면 시선이 집중되었을 텐데 센스가 꽝입니다.

그렇다고 경찰에게 해골무늬 망토를 입힐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여하튼 경찰들, 시위자들, 블랙 드레스 코드를 핼러윈 복장을 한 사람들, 이렇게 세 부류가 어울리지 않게 모여 거리는 혼잡입니다.


이내 떠들썩한 축제와 시위의 거리를 벋어나 한적한 산책길로 접어들었지만 말이지요.


핼러윈이 어느 나라 명절이냐며 비난의 기사가 뜨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당당히 명절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을 보면 상전벽해입니다. 아직은 아이들과 젊은 사람들의 축제인 것 같지만 곧 공휴일이라도 될 수 있으려나요?


 옛날에는 정전도 자주 되고 귀신도 나올 일이 많았는데 요즈음은 밤도 너무 환하고 귀신도 나오기 힘든 세상이긴 합니다. 핼러윈에라도 귀신 분장이라도 하고 블랙 드레스 코드로 맞춰 입고 귀신 놀이를 할 필요가 있어 보이지요.


그런데 시위에 참가하는 심리도 단정할 수 없지만 그분들에게는 이것이 일종의 핼러윈데이 같은 것이더군요. 예전에는 왜 저리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죽어라 소리를 지르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태극기와 성조기드는 것은 일종의 드레스 코드 같은 것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지나가다 듣다 보니 같은 드레스 코드로 깃발도 흔들고 소리도 지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고 하는 것 같더라고요. 너무 자주 핼러윈데이어서 문제이긴 합니다만.


그러고 보면 젊은 사람이나 나이 든 사람이나 축제를 즐기고 싶은 모양입니다. 물론 뚜렷한 목적과 신념을 가지고 거리로 나가기도 하지만 국적 없는 핼러윈데이라 하더라도 같은 드레스 코드를 하고 깃발이나 호박등을 들고 흔들며 즐기고 외치고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 하는 것이지요.


우리나라 명절이 아니라고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더 축제를 더 많이 수입해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나이 든 사람들의 축제가 시급하지요. 그러면 정말 시위가 줄어 들 수도 있을지 모르니까요.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으면 축제할 일이 없지요. 시위도 없습니다. 실은 같은 색 드레스 코드도 싫어하지요. 거리로 나가는 것도 별로고요.

축제나 시위는 됐고요 공휴일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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